우여곡절 끝에 1L 첫 학기를 마쳤다.
그리곤 약 한 달간의 방학을 얻었다.
로스쿨 1학년은 굉장히 밀도 있는 시간이라서 1분 1초를 바늘에 찔려가는 고통을 느끼며 살았다.
매일매일 책상에 앉아 울었다. 하루도 눈물을 닦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럼에도 중간에 하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끝까지 갔다.
과제를 하거나 시험을 보거나 혹은 그저 이메일 한 통을 보내는 것도 긴장이 되고
실수를 할까 봐 두세 번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작은 것에도 심장이 너무나 두근거렸고, 그걸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너무 힘드니까 상담도 꾸준히 받았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됐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 점이 힘들었다.
학교에서는 캘린더 혹은 플래너를 의무적으로 쓰게 해서 학생들이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게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중에 변호사 업무를 하게 되면 이 정도로 바빠지니 학생 때부터 미리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는 연습을 하라는 뜻에서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머리와 마음을 극한으로 치닫게 스스로 몰아붙이다 보니까 탈이 났다.
마지막 시험을 마친 것을 기점으로 그냥 모든 걸 손에서 놔 버렸다.
그러나 미국 로스쿨은 1L 겨울에 취업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놔버리는 것은 많은 취업 활동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냥 넋이 나가 버려서 몇 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또 지나가버린 데드라인들을 보면서 며칠간 (지금도) 후회를 했다.
그러나 솔직히 너무 지쳤었기 때문에 스스로 살려고 일과 학교를 놔 버린 거 같다.
내가 놓쳤던 그 기회 말고도 취업 기회는 또 오겠지.
지금부터 나는 자리들에 지원해야지 뭐.
성적 나오기까지 매일 악몽에 시달리면서 살았다.
방학이었어도 정신이 방학이 아닌 것이다.
미국 로스쿨의 악독한 점은 1학년 1학기 성적으로 너무 많은 것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그 때문에 성적에 대한 압박이 너무나도 컸다.
자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경련처럼 몸이 찌릿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깼다.
대부분 성적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시험에서 찝찝했던 부분을 의식과 무의식에서 계속해서 곱씹었다.
그냥 최악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못한 것 같아서 다시 교수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하는 생각에 무서웠다.
방학이 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계획은 많았는데 거의 못했다.
걱정으로 하루하루 보냈다. 게임도 손에 안 잡히고, 날씨는 워낙 추워서 밖에 나가 걷지도 못하게 됐다.
그냥 무의미하게 유튜브 인스타그램이나 보고 침대에 드러누워서 최악으로 보냈다. (인스타그램은 학기 중에 지웠다가 다시 깔았는데 두쫀쿠 샤갈 이 두 개밖에 안 떠서 이게 뭔가 싶었다.)
로스쿨 이전에 취미였던 러닝을 방학에 조금이나마 다시 하려고 했는데 뛰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학기 중에 억지로라도 뛰어 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집을 나섰다가 얼마 못 가서 그냥 벤치에 주저앉아 울다가 그냥 걸어 들어온 적이 두 번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이런 상태라면 러닝도 못할 거라는 걸 알아서 그냥 안 나갔다.
얼마 후 진짜 성적이 발표됐다.
솔직히 초창기 목표는 dean's list였는데 (모든 로스쿨 학생들이 쳐맞기 전 까진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학기를 지내고 시험까지 보다 보니 목표가 한참 낮아져서 꼴찌만 면했으면 좋겠다 까지 내려갔었다. 정말로 꼴찌를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괴로웠다.
실제 내 성적은 dean's list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조금 아래로 나왔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안심할 정도여서 너무 다행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안 가서 다음 학기 교수님들이 이메일로 과제를 보내기 시작했다.
난 아직 번아웃이 극복이 안 됐는데, 또 그 불구덩이로 들어오라는 초대장들이 도착한 것이다.
성기훈 생각이 났다. 오징어 게임을 한 번 했는데 시즌 2에서 원치 않음에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숙제가 이미 가득가득 쌓였는데 겨우 들춰만 보고 제대로 시작을 못하고 있다.
모르겠다 이게 맞는 건지.
학교 생각만 하면 마음에 큰 돌이 얹어있는 느낌이다.
가끔 누워있는데 이대로 눈을 감으면 어떻게 되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하고 싶다. 어떻게든 되지 않으려나.
괴로운 시간을 쪼개보려고 몇 주 학교를 가야 하나 봤다.
15주만 학교에 가면 트라우마 가득한 1L이 끝이 난다.
15주 뒤에 어떻게 변화해 있을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