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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akin to feral Mar 20. 2023

네 달 동안의 미국 로스쿨 지원 및 근황

내년 사이클 준비를 위한 도움닫기

작년 11월 엘셋을 마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12월에 결과가 나왔고, 원하던 목표점수까지는 도달을 하지 못했다. 나는 12월부터 복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단 학교 다니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미약한 점수이지만 시험 삼아 지원을 해보기로 했다.


12월에는 간단하게 수업을 들으면서 로스쿨 지원 정보를 모으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자기소개서 및 지원에 필요한 다른 서류들을 느릿느릿 준비했다. 미국식 자기소개서 (personal statement)는 처음 쓰는 거라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거나 책을 사서 봤다. 사실 그래도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일단 내가 살아온 배경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쓰는 과정을 거치고, 그중에서 로스쿨에 보내고 싶은 내용을 추려서 몇 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감사하게도 미국 대학 지원에 일가견이 있는 지인이 있어 첨삭을 도와주었다. 약 5번 정도 새로 쓰고 다시 쓰고 하는 과정을 거쳤다.


올해 1월부터는 로펌에서 인턴을 했다. 그래서 심리적인 여유가 부족했다. 미국 회사를 처음 다니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지, 로펌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지, 하루하루 긴장도가 높았다. 아침마다 나는 아주 정적인 명상 음악을 틀고 출근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한국 여자 아이돌 그룹 노래를 주로 들었다. 로스쿨 지원을 위해 틈틈이 서류 준비를 하고 1월 중순에 몇 군데에 원서를 넣었다. 점수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특별히 정식 입학을 위해 지원한다는 느낌보다는 되면 되고 말면 마는 식의 지원이었다.


2월에는 로펌 생활에 집중했다. 로스쿨 지원은 다 마쳤기 때문에 더 할 것은 없었고, 엘셋 공부를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은 먹었으나, 회사 다니는 동안 공부를 하는 것은 내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엘셋 공부는 거의 하지 못했고, 회사 다니는 것과 학교 숙제 하는 것 두 가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1월부터는 남편도 개강을 했기 때문에 특히 들어가는 돈이 많았는데, 내가 하는 인턴십이 무급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돈은 돈대로 없었다. 통장에 전재산이 $30도 없었던 적도 있을 정도로 가장 궁핍한 시간이었다.


3월이 되어 인턴을 끝내고 나는 당장 급히 돈을 벌어야 했다. 거의 매일 쉬지 않고 배달을 했다. 하루 평균 세 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서 지냈다. 그 와중에 내가 지원했던 학교들 중 절반정도 나에게 연락을 했다. 대부분이 리젝 메일이었고, 한 군데에서 장학금 없이 합격, 두 군데에서 웨이팅을 받았다. 아직 내가 지원한 학교들 중 연락이 오지 않은 곳들이 있어서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지만, 올해 입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장학금을 주는 학교는 없을 것이다.


며칠 전부터 다시 엘셋 공부를 시작했다. 작년엔 어떻게 지냈나 보기 위해서 작년 플래너를 같이 펼쳐놓고 수시로 비교하며 작년 이맘때보다는 더 공부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 잡는다. 3월 초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서 학교 숙제와 엘셋, 그리고 배달 이 세 가지로 5월까지 내 스케줄을 채워야 한다. 어떻게 보면 2023년은 준비하는 해이기 때문에 많이 지칠 것이다. 체력과 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껏 삶에서 많은 순간들이 그래왔듯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들이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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