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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akin to feral Jul 31. 2023

다시 각오를 다질 때

다 잊어버린 것 같지만 또 사실 그런 건 아닐 거야

벌써 올해도 7월이다. 아니,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이 벌써 7월의 마지막 날을 채 하루 남기고 있으니 7월도 다 간 셈이다. 이 글을 발행하기 전 마지막 글을 보니 3월이 마지막 발행일이다. 그 글에도 썼듯이 3월부터 학교에 나갔고, 일을 했고, 공부는 잘 못했다. 당장에 매주 교수님이 내주시는 과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다.


극적으로 5월에 대학을 졸업했고, 어쩌다 보니 졸업식을 하고 한국에 갔었다. 만 5년을 채우고 처음 밟는 고국땅은 왠지 익숙하면서 굉장히 낯선 곳이 되어있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알차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다시 7월 초 미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공부는 한 자도 하지 않았다.


다시 그렇게 돌아오고 나서 나는 한국에 가기 전보다 훨씬 나아진 환경적 변화를 가지고 돌아왔다. 학교도 끝났고, 용돈도 받아서 어느 정도는 일을 안 해도 될 상황이 됐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7월이 되고 오늘로 한 보름 정도 공부를 해 봤다. 기억하는 건 너무 어렵고, 잊어버리기는 참 쉽다. 한동안 쉰 뒤에 새로 책을 펼친 2주간 내가 이 공부를 했던 게 맞는지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 가뜩이나 낮은 성적은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스스로를 ADHD가 있다고 생각할 만큼 집중력은 짧아졌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그나마 내가 희망을 갖고 있는 건, 어떤 공부건간에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팽이만큼 느리게 가도, 앞으로 가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 실력은 내가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오르는 것이기에 첫 술부터 배부르기를 바라는 게 가당찮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답답하고 어려운 이 시간을 몇 달 더 견디기로 했다. 쓸데없는 고민을 버리고 그냥 생각 없이 할 일을 하다 보면 더디긴 해도 실력은 앞으로만 간다는 단순한 문장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감사하게도 역시 이렇게 다른 것에 신경 안 쓰고 공부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큰 행운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뒤돌아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인생에 이런 날이 또 올지 모르게 귀한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이 시간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는 것은 뒷전이고, 그냥 지금은 이 시간 자체를 즐기고 싶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귀중한 시간을 나에게 준 내 가족들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마음 깊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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