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뒤 공부를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조금 넘은 것 같다. 생각도 정리할 겸 글로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의미가 있는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글을 보면 스스로 "이때 이랬었지" 하고 미래의 그때와 지금의 이때를 비교해서 힘을 얻거나 위로를 얻거나, 혹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혼자 추억여행이라도 빠질 수 있겠지.
한 달 동안의 공부가 어땠냐 누가 물어본다면 아주 지지부진하고 울적한 시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나처럼 이렇게 한국에 오래 살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공감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한 달은 꽤나 그 경험이 강력했다.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 모국어로 어떤 말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를 풀어 두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니 모든 게 다시 영어이다.
생활 영어는 빠르게 코드 스위칭을 할 수 있지만, 공부 영어는 그게 어려웠다. 아니 원래도 어려웠는데, 잠시 쉬었다고 뇌가 알아서 공부 기억들을 필요 없는 기억으로 인식하고 많이 날린 것 같다. 그래서 한가닥 겨우 뭉쳐놓은 지식들은 다시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린 느낌이다.
겨우 올려놓았다고 생각했던 점수는 모의고사를 몇 번 치러볼수록 다시 형편없이 낮아져 있었다. 좌절을 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타격을 받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다시 공부를 함에도 불구하고 단 1점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을 한 달 동안 열심히 삽질 한 뒤에 알아낸 것은 좀 슬펐다.
그래서 다시 꺼내든 것은 기본서. (혹시 LSAT을 공부하시는 분이 글을 볼지도 모르니, 제가 보는 책은 Loophole이에요.)
도무지 오를 기미가 안 보이고, 내가 뭘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 감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문제를 푼다는 것이 의미가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기본서를 보자, 보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라 하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책에도 쓰여있듯, 이 과정은 책을 몇 번 읽었다고 쉽사리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책에 나온 것을 차근차근 따라 해서 내가 그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을 때 그 책을 읽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당연하게도 매우 매우 쉽지 않을 것이다.
책 뒷 면에 부록으로 붙어있는 몇 장 안 되는 오답노트 칸을 보았다. 작년의 내가 빼곡하게 써 두었던 틀린 문제들과 그걸 분석했던 기록이 남아있었다. 작년의 내가 그래도 그때는 고군분투했구나.
그래도 2 회독을 하니까 내가 첫 번째 책을 읽었을 때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였다. 이것은 좋은 발견이었다. 한껏 움츠러든 나에게 작은 희망 같은 것이었다. 앞으로 이 책을 몇 번이고 다시 본다면, 그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그 새로운 발견이라는 것은 나의 실력 향상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적인 생각이었다.
내가 구독하는 블로그 중에서 어떤 분의 글을 보았는데, 하고자 하는 어떤 일에 너무 가성비를 따지지 말자는 논지의 글이었다.
그동안의 삶에서 성취의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을 매우 많이 보았고, 한 때는 그 생각을 강요당했기 때문에 나도 그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은 나를 성공시키기보단 항상 패배자로 만들었고, 하고 싶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큰 일에 도전을 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 일도 방금 말한 것처럼 그러한 일일 것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지만, "내가 단기간에 하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일. 나처럼 느린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이상한 것은 계속하면 할 수 있을 일이라고 느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할 때까지 하면 늦더라도 결과가 주어지지 않을까? 남이 하라고 할 때까지 하는 게 아니고, 내가 판단해서 할 만큼 해 보는 것. 이번 일은 누구에게도 그 키를 쥐어주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만큼 노력을 들여서 성취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