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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만원버스

좀 안쪽으로 들어갑시다.

by 안필수연구소

만원버스.


모든 좌석이 채워진 만원버스의 복도는 뒤쪽은 널널한데 앞쪽은 비좁아 미어터진다. 보통은 뒤쪽의 한 명이 고정된 자리를 버티고 서있다. 이 사람은 어떤 이유인지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앞 사람들의 불편함을 모른채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일부 사람들이 째려보는 눈빛으로 신호를 주지만 이런 정도의 공격에 넘어갈 정도였으면 애초에 이렇게 버티기를 들어가지도 않았다.


바로 뒷 사람은 선량하거나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람을 뚫고 지나가려고 시도는 하지만, 이네 포기한다. 사실, 그 직전의 사람들도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화살은 그 버티기에 들어간 사람에게 꽂히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도 덜하다. 결국은 맨 앞에 발디딜 틈 없는 사람들 조차 자신의 영역을 어떻게든 확보하여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냥 불편한채로 서서 간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너무나 비슷한 작은 세상이다. 이 와중에 앉아있는 선택된 사람들도 있고, 다행이 난 앉아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들의 불합리함을 멀리서 지켜본다. 그게 바로 나다. (사실은 그 버스 아래로 횡횡 지나가는 고급승용차의 사람들도 있다.)


그러다가 가끔 혁명가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뒤로 좀 들어갑시다"

혹은 승객의 편안함과 안전을 생각하는 기사의 권한이 발동하기도 한다. 마이크를 통해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주세요” 라고 외치기도 한다.


권한을 가진 기사의 역할이 중요할지, 혁명가의 탄생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아마 그냥 다른 사람 불편함을 모른채하지 않고 조금씩 들어가주는 배려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어쨌거나 얄밉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쓰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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