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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하루 아침 - 한대수

안녕하세요 주인님 그간 오래간만이요 하고 인사를 하네

by 안필수연구소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한대수라는 가수가 있다.

가수는 몰라도 "행복의 나라로"라는 노래는 한번씩 들어봤을 나름 유명한 선생님이시다.


그 분 노래 중에 "하루 아침"이라는 불멸의 노래가 있으니,

갑자기 그 분의 가사를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된다.

하루 아침 눈뜨니 기분이 이상해서
시간은 11시 반, 아! 피곤하구나?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소주나 석 잔 마시고 일어났다.

할 일도 하나 없이 갈 데도 없어서
집 뒤에 있는 언덕을 아! 올라가면서
소리를 한번 지르고 노래를 한번 부르니
옆에 있는 나무가 사라지더라

배는 조금 고프고 눈은 본 것 없어서
명동에 들어가 아! 국수나 한 그릇 마시고
빠문 앞에 기대어 치마 구경하다가
하품 네 번 하고서 집으로 왔다.

방문을 열고 보니 반겨주는 빈대 셋
안녕하세요 주인님 그간 오래간만이요 하고 인사를 하네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소주나 석 잔 마시고 눈을 감았다

11시 반에 일어났는데도 피곤하다. 술 한잔 하고

뒷 동산 올라 노래를 하니 나무가 사라지고,

명동에 가서 치마 구경하다가 하품 네 번 하고

집에 가니 "안녕하세요 주인님"하고 인사하는 빈대 셋.


상상해서 이런 가사를 써 내려가진 못 할 것이다.

정말로 아무 할 일 없이 여러 날을 보내본 사람만 쓸 수 있는 그런 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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