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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Aug 10. 2019

일하는 기술 : Bail 원격 근무 #1

가족을 이끌고(이끌려) 한 달간 원격 근무한 기술

#1


와이프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발리의 여름캠프에 참여한다고 하여, 아들바보인 데다가 소심하기까지한 아빠는 숙소도 일정하지 않고, 오토바이를 태우고 등하교를 시킨다는 와이프와 아이들을 항상 지진이 나는 곳에 보내놓고 매일 걱정을 하는 것보다 같이 가서 직접 돌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따라가게 된다. 


아이들과 와이프를 보내고 혼자 몇 주를 보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안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만나줄지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밤에 퇴근해서 아무 눈치도 안보고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다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상상만으로도 솔깃했지만 그것보다 아빠 없으면 잠도 잘 못자는 첫 째에 대한 (사실 불필요한 혼자만의) 걱정이 더 컸다. 


다행이도, 팀은 이미 원격근무가 어느정도 자리 잡고 있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모두 프로로서 PM이 물리적으로 떨어진다고 텐션이 바뀌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어서 이런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업무'적으로는 큰 고민은 없었다. 다만, 업무 외적인 요소들은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인데, 'PM이 저렇게 자리 비워도 되? 취미로 회사다니나? 뭘 믿고저러지?' 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은 그냥 감수해야할 몫이다. 


결국 어떤 원격근무를 하게 되면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같은 과정의 노력으로 무마할 수 있는 여지는 현격히 줄어들고, '일이 안끝나면 일을 안한 것이다' 라는 명확한 공식이 성립된다. 그 사이에 온라인에서는 얼마나 많은 인터렉션이 있고 물리적으로 같이 있을 때보다, 모두가 어떤일을 어떻게 하는지 들어날 수 밖에 없는 서양친구들이 만들어 논 수많은 협업 툴들의 증거를 들이민다 한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즉, 아무리 말로 똑같다고 하지만, 사람인지라, 원격근무를 했는데 일이 더 안돌아가게 되면 더 큰 비난을 받게 됨은 어쩔 수 없고, 그 쫄림을 부둥켜안고 비행기를 탔다. 


원격근무의 기술의 기반에는 쫄림을 버티는 기술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최대한의 배려이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안할지라도)


여튼, 

소심하기 그지없는 성격으로 그렇게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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