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에선 여전히 연극이 올라가고 있었다
주말 토요일, 대학로의 작은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을 보고왔다. 놀궁리도 꾸준하게 하다보니 감사하게도 공연에 초청을 해주셨다. 사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정말로 만나기 힘든 공연이었을 것이라.. 대학로 연극을 봐야지 한다면, 얼추 몇 번 들어본 공연들을 찾아봤을 것이다. 그래서 종종 이런 랜덤한 변이 같은 것들이 새로운 영역을 알게 해준다.
요런 기회로 추위를 뚫고! 한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올라간 대학로.
얼마만의 대학로인가? 더구나 대학로 연극은 20~30년 전에 대학로에서 안톤체홉을 본게 마지막이려나? 그런 세월 만큼이나 동네도 변했다. 대학로 앞에서 기타치며 꽁트를 하던 아저씨는 이제 은퇴한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홍해성 소극장'으로 올라갔다.
홍해성 소극장. 정말, 소극장이라고 불릴 만한 3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지하의 작은 소극장이다. 그래 사실 공연에는 그렇게 화려하고 큰 무대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이정도 공간에 조명과 사운드만 잘 넣어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공연을 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앉아 공연을 기다린다.
모삐-삐-삐-딕 이라는 모비딕을 원작으로 하는 일인 미디어? 연극이다. 이제는 세트와 소품뿐 아니라, 이런 미디어 아트들이 조명과 잘 어울려 새로운 연극들도 만들어 낸다. 이준경이라는 젊은 예술가가 모비딕을 잡아야만 하는 에이허브 선장의 마음과 연극을 해야하는 본인의 마음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나는 왜 연극를 하는가?
연극 내내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관객들의 '모비딕'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게 참 헷갈리는게, 먹고 사는 생업일 수도 있고, 가끔은 우리는 업을 '꿈'이라고도 부르고,
'네 꿈은 뭐야?' 라고 물으면 직업일 수도 있고, 뭔가 반드시 해야하는 소명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처음부터 좀 섞여 있는 것이 많아서, 더 헷갈린다.
결국은 그냥 '우리는 왜 사는가?' 라는 아주 원초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이 질문을 대하게 된다.
젊어서는 "왜"에 방점이 찍혀있다면... 점점 '무엇을 해야하는'가 에대한 대상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 가장 가치있는 것이었을까?를 다른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여튼, 60분간 다양한 목소리와 영상으로 연기를 바라보고,
왜 제목에 삐-삐-삐 가 들어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 젊은 예술가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궁금한 마음과
오늘도 뭔가 새로운 자극에 뿌듯해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예술가가 되지 못한다면 언저리에서 구경꾼이라도 되야겠다.
TIP#1
대학로 안내센터에 가면, '저 연극 보고 싶은데요' 라고 하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추천도 해줍니다. 그날 매진되지 않은 할인표도 구할 수 있어요. 정말 그냥 '랜덤'을 경험하고 싶으면 예약없이 대학로를 가봐도 좋습니다.
TIP#2
공연전 을지로4가쪽 광장시장에서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외국관광객 흉내를 내며 줄을 서서 이것 저것 먹어본다면 해외여행 온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