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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유람# 시장구경 : 광장, 경동

시장에 가면, 꽈배기도 있고, 국수도 있고, 셀럽도 있고..

by 안필수연구소

우연치 않게 이틀 연속 서울 동쪽의 시장을 구경하게 되었다. 외국인 한국 관광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광장시장과 오랜 기간 청과부터 수산물, 한약재까지 다양한 섹터로 넓게 퍼져있는 전통의 경동시장. 꼭 멀리 운전을 해서 다녀야 하는 것도 다니었다. 멀리서 비행기타고 여길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런 때는 멀리서 온 사람 처럼 줄도 서주고, 관광객 흉내도 내야 한다.



#경동시장

말그대로 서울 동쪽 시장인데,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한다. 남대문 시장은 그래도 카메라나, 문구용품, 쓸데 없는거 사러 종종 가봤는데, 동쪽의 시장은 처음이다. 이게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약재료나 다양한 농수산물이 쉽게 올라올 수 있어서 그런 큰 시장이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만 해본다. (귀찮아서 찾아보진 않는다.) 이번에 알았는데, 경동시장 청량리시장, 약령시 이런게 거의 한 사이트에 있어서 그냥 경동시장이라고 퉁 쳐서 부르고 이 모든 지역이 큰 시장이다.


시장도 시장이지만, 막 개발된 고층 아파트와, 아직 개발이 안된 구시가가 도로 하나씩 사이에 두고 있는 모습도 참 특이하고, 그 아래 아직 옛날 기와집들을 시장으로 사용하던 그 상태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들도 골목 골목을 돌며 처음 알았다.


이런 경동시장에도 새로운 것들이 들어왔다. 스타벅스 경동1960.

경동시장 건물의 극장을 개조해서 만든 스타벅스이다. 역시나 방문객 컨셉으로 기웃 기웃 하며 사진을 찍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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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에서 나왔다던 이모카세 안동집.

엄청난 대기줄을 보고, 여긴 일단 포기한다. 그래도 묘하게 비슷한 국수를 파는 집이 옆에 이리 많은데, 그 한집만 이렇게 줄을 선다는 것도.. 참 특이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긴 줄을 바라보는 옆 가게 아주머니의 쓸쓸한 표정도 보인다.


경동시장에는 약령시라 불리는 한약재 시장이 따로 크게 있다. 우연히 돌아다니다 2층으로 지어진 한약박물관건물도 구경하고 전통 찻집에서 차도 한잔 한다. 좀 이른 저녁을 먹으로 했건만 평일이라 그런지 많은 식당들이 5시인데도 이미 마감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찾아간 평양냉면집. 추운겨울이라 어쩔 수 없이 간 느낌이었는데, 역시 추워도 냉면은 맛있다. 거기에 만두도 맛있다.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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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사람이 많다. 주말이라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걸어다니기 힘들 만큼 너무 많다. 뭘 하나 먹으려면 일단 줄을 서야 한다. 그래도 시간도 많이 남았던 터라, 급한 것도 없다. 유명하다던 꽈배기집을 가보자. 줄이 얼마 없네? 했는데 웬걸 시장 골목 밖으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냥 줄서서 기다리기로 한다. 지나가는 어떤분이 들으라는 듯이 "무슨 꽈배기 하나 먹으려고 줄을 저렇게 서나?" 하며 끌끌 거린다. 틀린말도 아니지만, 뭐 또 그런 맛도 있으니 서보는거 아니겠나?


적어도 엄청 갓튀겨 나온 꽈배기임은 틀림없을 테니,


광장시장은 시장보다는 먹거리 중심으로 바뀐듯 하다. 원래 뭘 메인으로 팔던 시장인것일까? 예전 방산시장은 무슨 재봉이나 천 같은 것 때문에 몇번 같던 기억이 있고, 그 옆 세운상가 같은곳은 조명이나 이런거 사로 간 기억이 있는데, 광장시장은 그냥 일반 시장이었나? 여튼 넷플릭스에 나오고, 이런 저런 TV 프로에 나오고 점점 먹거리 시장이 되어가는 중이다.


넷플릭스 다큐에 나온거 같은 할머니가 국수를 만들고 있었다. 거기는 외국인들에게 양보하고 그 옆에 한복입고 열심히 팔고 있는 칼국수집에 가서 칼국수와 만두를 먹는다. 추운날씨 바로 삶은 칼국수가 어떻게 맛없을 수 있는가?


또 지나가는데 공장처럼 커피를 내리고 있는 아저씨를 보게되었는데, 바리스타 대회 3위 뭐 이런게 쓰여있다. 그래도 좀 더 그럴듯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릴 수도 있을 텐데, 시장 작은 코너에서 커피를 무한으로 내리고 있는 모습에 맛도 궁금하여 주문을 하고 기다려본다. 기다리면서 보니 1분도 쉬지 않고 커피를 내리지만, 하나하나 허투루 내리지 않는다. 정말 꼼꼼히 내리고, 기다리고 시간을 제고, 다시 내리고 테스팅을 한다. 그렇게 완성되면 또 다시 내린다.


커피는 향이었다.

겨울이라 그 향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 커피에서 나오는 향이 이렇게 풍부할 수도 있구나 하며 또 한번 놀라게된다. 평소 커피를 그리 즐겨마시지 않는 와이프도 한 모금 마시더니 다르다고 한다. 이게 수상자라는 선입견과 기다리인 노력과 시장 골목치고는 싸지 않은 커피 한잔 가격 (6천5백원인가? 7천원인가?) 들이 섞여서 그렇게 된 것일 수 도 있지만 .. 어찌되었건 그냥 식후 먹는 커피가 아니라

커피는 "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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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연치 않게 시장을 구경하게 되면서, 틈틈히 서울 구석구석 혹은 경기도 구석구석도 좀 더 랜덤하게 돌아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네를 여행하는 것이 범위가 좁혀지는게 아니라, 더 넓혀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TIP#1

경동시장은 주차는 헬일 듯 합니다. 대중교통밖에 답이 없어 보입니다.


TIP#2

학약박물관은 사람이 없어서 몰랐는데 유료였습니다. 비싼 가격은 아닌데, 구경하려고 올라갔는데 1층가서 표를 끊어오라는 바람에 (가려다가 까임당한 느낌 +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올라가야하는 어려움은 돌아서게 만들었습니다)


TIP#3

대추차는 숙면에 좋습니다. 대추차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날 아주 숙면을 취했습니다. 집에서도 대추차를 끓여서 실험해봐야겠습니다. 대신 아주 걸쭉한 그런 대추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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