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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재미 Sep 16. 2018

글길 글쓰기 연습 (2018.9.12.)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 왼쪽으로 기대어 누웠다.

밀려오는 피로에 덩달아서 졸음이란 것이 파도처럼 몰아쳤다.


자고 있는 동안,

피로로 흘린 땀이 조금씩 식기 시작했고,

꿈 아닌 생생한 꿈 속에서 그 친구가 나타났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도 쟁쟁해서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따듯한 마음에 끌려 나를 만났다고,

표정다운 표정을 지으며, 네 얘기를 들어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짙어지기도하고, 옅어지기도 하는 그 표정이 좋았다고,

자질구레한 듯 한손으로 운전하는 그 행동이 온하고, 순하게 보였다고.


끊기로 약속해놓곤 입 속을 가득 메운 내 담배 연기가 싫었다고,

업무시간엔 사소한 일로 연락하지 말라며 귀찮은 듯 내뱉은 그 한마디가 싫었다고,

주말에 한번 만나는 우린데, 피곤하다며 다음 주에 보자는 나의 메시지도 싫었다고,

주말에 한번 만나는 우린데, 매번 야구장에서 독수린지 먼지를 관람하는 데이트가 싫었다고,

너를 대하듯 다른 모든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몽글몽글한 모양새가 싫었다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네가 나타났는데 말대꾸 한마디 하지 못했다.

너무도 답답하고 희미해서 향기까지 났던 그 꿈속의 말소리


눈을 떠보니 오른쪽 뺨의 붉은 열이 왼쪽 뺨으로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 너를 잃고 나서 나는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고...

그게 지금껏 살아온 나였다고.


멍하니 졸음이 덜 깬 상태에서 사회대를 걷가가 너와 부딪혔고,

너는 바닥에 나뒹글었어.

너무 미안해서 네가 떨어트린 책을 주워줬는데..

오히려 네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거야.

"윤리학의 이해", 전공서적에 바보같은 글씨체로 새겨넣은 이름과 학번..


정치학도인 나는 다음 학기에 윤리학 전공을 싸그리 수강과목에 짚어 넣었어.

그렇게 지나온 우리의 4년 ..


'운명'이라는 그딴 말이 간지러웠던 겁 없던 그 시절

나 자신이라는 존재의 왜소함과 불확실함을 알게 해 준 너에게.

어쩌면 '운명'이라는 게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믿게 해 준 너에게.


엊그제,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여주인공이 꼭 너같더라니.


만약, 니가 없었더라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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