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를 짚고서야 엉금엉금 걷는 아버지가
아직 여린 꽃나무 가지를 사정없이 잘라냈다
나는 늙어가는데
너만 싱싱하게 자라냐 하고
없던 기운이 솟구쳐
젊은 놈이고 젊은 나무고 이것들이 어디 하면서
온통 팔뚝에 오기를 모았나 보다
앉는 것도 일어서는 것도 스스로 안되는 아버지가
스스로 잘 자라는 꽃나무를
무참히 베어놓았다
아버지
저 좀 보셔요 당신의 막내
가장 왕성한 한 때
제게 생명을 주신 아버지
감나무 배나무 대추나무 둥치마다
뜨듯한 오줌을 뿌리며
한방울도 버리지 않았노라
뻐기시던 아버지
저 좀 보셔요 당신의 막내
그 막내도 늙어갑니다
비어있는 속
심연이 두렵고도 그리워
한껏 화려했던 생장의 가지들을
쳐내야지 쳐내야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막내가
아직 팔뚝 힘은 있어도
이렇게 늙어갑니다
아버지나 저나 잘라도 되는 건
내 속에서 뻗친 것들이죠
내 집 마당의 꽃나무를 자른다고
한 뼘이라도 더 열릴 하늘이 있을까요
한 번도 잘리지 않은 나무들이 우거져
하늘을 덮고 길을 막아도
하늘 아래 길이고
길 위에 하늘이겠지요
아버지의 막내까지
우리가 다 죽어도
애기 오줌 한 방울 없이도
나무들은 살아갈 겁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