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자리에
꿈이 남았다
낡은 벽돌과 작은 창문들이 모인 곳
버려진 자투리땅에
이름 없는 꽃과 이름 아는 푸성귀들이
무심하게 어울리고
좁은 골목과 돌계단이 언덕을 오르며
조각난 하늘을 산꼭대기로 실어 나르는 동네
높다란 한 축대에 걸터앉은 나는
언젠가 우리집이었음직도 한
남의 집 울타리 안을 구경하다
문득 포근함에 겨워
맨 땅에 눕고 말았다
구름에 걸러진 미지근한 햇살은
오래된 흙먼지에 고요히 스며들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 동네에서
나는 길바닥에 뺨 부비며
잠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곧
누군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눈감은 채 설레었으니
철없는 놀이에 빠진 동생을 발견한 듯
손잡아 나를 일으켜 준 사람은
혹시 너였을까
함께 떠나자는 것인지
떠나는 길을 배웅하라는 것인지
말해주지도 않고
묻지도 못한 채
머물 수 없다는 법칙만으로
시공간은 해체되고 말았다
달콤했다
무력했던 나의 몸도
아예 없었던 너의 얼굴도
낯선 만큼 익숙했던 동네도
불길하게 매혹적이던 헤매임도
모두
꿈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