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할렘, 허드슨 강변이었고
늦은 오후, 해 질 무렵이었다
그 뿐이다
차가운 바람에 털실 점퍼를 여미고
무거운 구두를 옮기며 강을 따라 걸었다
그 뿐이다
이름 없는 감정이었다
점령군 같았던 그리움, 사랑, 외로움, 슬픔
분명한 이름의 숱한 감정들은
잊어버렸고 여전히
쉼 없이 잊고 있다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싶었던 영롱한 흔들림조차
보고서 같은 형식만을 남기고
잊히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사라지지 않는 건
허드슨 강변의 그
이름 없는 감정이다
눈을 못 뜨도록 가득하던 빛
길게 끌려오던 그림자
태연한 한 떼의 오리들
느린 걸음을 스치면 되돌아오지 않는 풍경들
차오르는 것과 비워지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
시간을 멈춰줄까?
빛나는 구름의 가면을 쓴 목소리가
나타나 내게 물었다면
나는 못 들은 척 했으리라
영혼의 매매보다 더 두려웠던 건
이름 없는 감정에 머무르는 안식
낮과 밤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고도
세상 어디에나 있었던 건
멈추지 않아서인데
그 운행을 믿지 못한 나는
춥다는 핑계로 그 곳을 떠났던 것이다
뉴욕의 할렘, 허드슨 강변이었다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