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누구나 관련된 추억 한두 개쯤은 떠오를만한 요리이다.
내가 두 평 원룸에서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 근처 식당에서 월식 식권 30장쯤 끊어 삼시 세끼를 해결하던 시절. 요리의 '요'자도 모르던 시절. 내 작은 자취방, 더 작은 부엌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열심히 된장찌개를 끓이며 집밥을 차려주겠다던 대학동기 김모양의 뒷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된장찌개는 끓이면 끓일수록 맛있어."
라며 배고픈 나를 한참 기다리게 한 그녀. 그녀가 끓인 된장찌개 속 짭짤한 감자가 아직도 생생하다.
"넌 어떻게 이렇게 요리를 잘해?"
"아냐. 잘 못해.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몇 번 해봤을 뿐이야. 그래도 된장찌개는 자신 있어."
작은 테이블을 펼쳐놓고, 원룸방에 같이 구겨앉아 흰쌀밥과 된장찌개를 열심히 먹었더랬다. '우리 둘 다 잘 될 거야.'라는 막연한 주문 같은 말에 힘을 보태줄 소중한 한 상이었다.
그 후로 나는 취업도 하고 부엌에 서서 여유롭게 된장찌개를 끓여보게 되었지만, 당최 그 된장찌개 맛이 나지 않았더랬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된장찌개의 독자성취가 불가능함을 깨달았더랬다. 그 후론 차라리 팩으로 된 된장찌개 양념을 사기를 몇 년이었다. 그러다 결혼 후 아주 맛있는 된장찌개 레시피를 발견하고, 몇 번의 성공 끝에 내 나름의 방법도(대단치 않지만) 추가하게 되어 기록하고자 레시피를 남겨본다.
※ 이 레시피는 '만개의 레시피'에 '김쭈'님의 된장찌개 레시피를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 재료 : 6인분 기준 >
• 물 700ml
• 버섯 2줌 :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등 냉장고에 있는 것 혹은 애정하는 것 아무 버섯이나 가능
• 애호박 1/2개
• 두부 1/2모
• 청양고추 4개 : 기호에 따라 조절 가능
< 양념 >
• 된장 4T
• 진간장 2T
• 고춧가루 3T
• 다진 마늘 1T
• 설탕 1t
• 멸치다시다 1/2T : 요리 마지막에 맛이 부족할 시 첨가
< 조리 순서는 심플하다 >
1. 분량의 물에 모든 양념을 넣고 끓인다.
2. 끓어오르면 모든 재료를 넣고 20~30분쯤 더 끓인다.
1. 700ml의 물에 분량의 양념을 다 넣고 끓여준다.(멸치다시다 제외)
오래 끓여 증발될 수분을 생각해 물을 조금 넉넉히 넣었다. 호딱 끓여서 얼른 드실 생각이라면 물 양을 600ml 정도로 줄여도 좋을 것 같다.
2. 분량의 재료를 씻어 준비한 후, 한입 크기로 자른다.
된장찌개는 숟가락으로 퍼서 와구와구 먹는 맛이니 웬만해선 한입에 들어갈 사이즈면 좋다. 그렇다고 너무 얇게 썰면 국물이 배어듦이 덜해 아쉬우니 적당히 커야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애매하지만 사실 어떻게 잘라도 그다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의 사이즈를 상세히 기록해 보자면,
버섯 : 1cm×1cm×5cm
애호박 : 두께 1cm×반달모양
양파 : 2cm×2cm
청양고추 : 0.5cm 어슷썰기
두부 : 1.5cm×1.5cm×1.5cm
이렇게까지 사이즈를 맞춰 자를 일인가. 대충 썰어도 된다. 그렇지만 재료 손질이 감도 안 잡히던 10년 전의 나를 떠올리며 적어보았다. 또한 깍둑썰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남편을 떠올리며 적어보았다.
여담) 저 커다란 버섯은 무엇인가 싶으실 텐데, '설원버섯'이라고 트레이더스에 가서 처음 봤더랬다. 우리 아버지 뻘쯤 되는 분께서 시식용 설원버섯을 열심히 구우시는데, 서늘한 식품코너 안에서도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다. 몇 주 전과 같은 바로 그 자리에서, 그날도 열심히 버섯을 굽고 계시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시식용을 하나 받아와 달라고 부탁했더니, 판매원 아저씨께서 카트에 앉아있는 우리 아기와 나를 번갈아 보시며 '아기를 낳고 나면 칼슘이 많이 부족해져요.' 하시며 에워싼 손님들 사이로 우리에게 시식용 버섯 두 컵을 내미셨다. 그게 참 감사하고 쑥스러워 한 상자 집어왔다. 사실 버섯이 너무 맛있어서 된장찌개에 넣어 먹긴 아깝긴 했다. 두껍게 썰어 올리브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소금+후추를 뿌려가며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었다.
3. 재료를 다 넣고 익을 때까지 끓여준다. 맛을 보고 무언가 아쉬우면 '멸치다시다'를 0.5T 넣어준다.
된장찌개는 오래 끓여야 맛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나는 약불로 20~30분 정도 더 끓이려고 한다. 식사가 급하면 재료가 익는 대로 먹어도 괜찮다.
멋들어진 상차림 사진 같은 건 찍지 못했다. 16개월 아기와 함께하는 식사 준비는 항상 정신이 없고, 밥 먹는 시간은 허겁지겁인 데다가 이 된장찌개는 너무 내 스타일이라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다. 사진 상 모양은 좀 아쉬울 수 있으나, 짭짤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 권한다.
지금 보니 대패삼겹살도 들어갔는데, 사실 냉동실에 유통기한 간당간당한 재료들은 다 때려 넣었다. 그래도 되는 게 '된장찌개'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변명을 덧붙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