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시나몬청 만들기

겨울맞이 준비

by 이현

여름이 그리도 무더웠다면, 겨울은 조금 덜 추워야 하지 않나. 올 여름 폭염을 예측했던 기후학자가 겨울은 한파를 예고했다. 월동준비가 필요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애플시나몬청'을 만들어야겠다. 몸은 난방이 녹여줄 테고, 마음은 애플시나몬티가 녹여 줄 수 있다!


< 재료 >

사과 2개

설탕 400g

계피가루 6g


< 조리순서는 심플하다 >

1. 사과를 잘 씻어 잘게 자른다.

2. 설탕과 계피가루를 섞는다.

3. 자른 사과를 설탕+계피가루에 잘 버무린다.

4. 소독한 병에 넣는다.


상세하고도 수다스러운 조리 과정

1. 먼저 좋아하는 노래를 고른다.

나만의 억측일 수 있으나, 나 같은 아마추어는 요리를 할 때의 기분에 따라 음식의 맛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부글부글 끓는 화를 부글부글 끓는 된장찌개에 퍼부으면 여지없이 짜거나 느끼했다.

같은 원리로 겨울 무드를 느끼며 애플시나몬청을 만들면, 겨울에 더 어울리는 맛이 되어주지 않을까? 호호.

사실은 재즈를 틀어두려고 했다. 겨울맞이의 트레이드마크인 애플 시나몬에는 역시 재즈가 잘 어울린다. Moon River 재즈버전을 찾으려 했으나, 아가가 보채므로 엄마는 마음이 조급해져 그럴 여유가 없어진다. 재생목록에 있던 곡 중 무심결에 손이 가는 노래를 틀어버린다. Ed Sheeran의 Thinking Out Loud도 충분히 좋다.


2. 유리병 소독하기

열탕소독을 하고 자연건조까지 시간이 걸리니, 유리병부터 소독하기로 한다. 물이 끓고 나서 유리병을 넣으면 깨질 우려가 있으므로, 상온수를 받아 유리병을 넣고 불을 올려 서서히 열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고부터 5~10분 정도 더 끓여 열탕소독을 한다.

소독 후에는 자연건조하여 내부에 물기가 없도록 한다.

3. 예쁜 사과 2개를 준비

사과들 중 크고 예쁜 사과를 고른다. 백설공주도 울고 갈 예쁘고 탐스러운 사과 중 특히 '달고 향이 좋은' 사과면 더 좋다.

애플시나몬을 서너 번 만들어보며 느낀 것 중 하나. 사과가 맛있어야 청도 맛있게 된다! 작년 이맘때에도 애플시나몬청을 만들었었다. 어차피 설탕을 잔뜩 넣을 텐데 사과 맛이 그다지 상관이 있을까- 생각했었지만 오산이었다. 뭐든 재료가 좋아야 완성품도 맛이 좋다. 이렇게 날것의 재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요리에서는 더더욱.

4. 1차 세척 : 베이킹소다로 빡빡 닦는다.

평소 사과를 깎아 먹을 땐 물로 대충 씻어서 먹지만, 청으로 만들 땐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균 번식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닦아야 한다. 베이킹소다를 뿌려 거칠게 박박 닦고 물로 씻어낸다.

오우. 사과 표면이 매우 뽀득뽀득해졌다.

5. 2차 세척 : 식초물에 담가두기

사과를 물에 담그고 식초를 두 바퀴정도 둘러준다. 10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다시 물에 잘 씻어준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잘 닦아준다.

6. 설탕+계피가루

사과 1개 : 설탕 200g + 계피가루 3g

2개이므로 설탕 400g과 계피가루 6g을 섞는다. 사실 그람으로 얘기하면 감이 잘 안 오는데, 설탕은 사과 크기의 2/3 정도의 양을 쓰면 적당하다. 계피가루 3g은 밥숟가락으로 크게 한 숟가락이다.

사실 나는 계피향이 진한 걸 좋아해서 한 숟가락 더 넣었다. 두 숟가락 더 넣으려다가 남편은 주지도 못하고 혼자 다 먹게 될까 봐 참았다.


7. 보채는 아기에게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준다.

'사계절 팝업북'을 포기하기로 했다. 10개월 아기는 여전히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걸 좋아하는 나이라, 팔랑팔랑한 팝업북을 못 만지게 했었다. 그래도 재빠른 아기 손놀림에 찢겨나가기 일쑤였다. 밤마다 뜯긴 팝업북을 어루만지며 테이프를 붙여 주었었는데, 그마저도 너덜너덜해져 본모습에서 많이 멀어졌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지만,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 애플시나몬을 위해 과감히 희생한다. 다행히(?) 아가는 팝업북을 열심히 산산조각 내며 엄마를 잘 기다려주었다.

8. 사과를 4 등분하고 씨를 제거한다.

제법 미끄러운 사과는 칼질에 여기저기로 튕겨나간다. 열심히 씻고 소독한 시간들이 무색하다. 3초 룰이 있으니 도마 밖으로 떨어져도 괜찮다. 재빨리 주워 도마 위에 올린다. 손을 안 베어 먹은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9. 보채는 아가에게 찬장을 뒤질 것을 허락한다.

팝업북이 벌써 지겨워졌나 보다. 찬장 문 여는 소리는 어찌나 잘 듣는지. 고개를 홱 돌려 재빨리 기어 온다. 낮잠 잘 시간이 살짝 지나버려 짜증이 가득하다. 아가를 찬장에서 떨어뜨리고 문을 닫으려 하니 평소보다 더 짜증이시다. 그래. 엄마가 설거지 한번 더 하면 되지. 맘껏 가지고 놀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렴. 엄마 거의 다 했어.

10. 사과를 편 썰어준다.

애플시나몬청은 보통 따뜻한 차로 많이 마신다. 나는 차에 남은 사과청을 잘 먹지 않는 스타일이다. 아작아작 씹어먹는 식감이 좋다면 조금 두껍게 썰었을 테지만, 나는 사과맛이 잘 우러났으면 해서 얇게 썰었다.

11. 사과를 '설탕+계피가루'에 잘 버무린 후 유리병에 넣어준다.

나물을 무칠 때, 비빔밥을 비빌 때 등등.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무언가를 버무릴 때 쓰는 볼(bowl)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1.5배 큰 볼을 써야 한다... 실리콘 주걱으로 예쁘게 버무리고 싶었는데, 어느새 실리콘 주걱은 던져버리고 손으로 무생채 무치듯 버무리는 나를 발견한다.

유리병에 넣어 하루는 상온에 2~3일은 냉장고에 두면 잘 숙성된다.

맛있는 애플시나몬청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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