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조차 한 적 없는 수면교육 경험담
‘어떤 아기가 가장 효자, 효녀인가?’ 물으신다면 나는 단연코 ‘잠 잘 자는 아기’라고 지극히 주관적인 확답을 드릴 수 있다. 흔히들 말하는 ‘100일의 기적’ 또한 아기가 슬슬 밤에 통잠을 자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즈음은 수면 부족으로 머리를 쥐어뜯던 부모 또한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며 제법 인간다운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기이다.
우리 집 아기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등센서가 너무 예민해 절대 침대에 누워서 자지 않고 엄마 품에서만 잠들었던 초고난이도 육아를 선사한 녀석이시다. 나는 항상 소파베드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아기띠로 아기를 몸에 착 붙인 채로 같이 밤잠을 잤더랬다. 그 기간이 무려 100일이다. 100일!! 가끔 소파에 기댄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기를 안은 채로 옆으로 같이 눕거나, 혹은 바로 누워 배 위에 아기를 올려놓을라 치면, 여지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면 다시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아기를 안아 올려 달래 재웠었다.
불과 일 년 여 전에 내가 직접 겪은 일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도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기가 잠들면 눕히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반박할 근거들이 있다. 전문가인 산후도우미 선생님마저도 아기를 눕혀 재우지 못하셨었다는 점이 첫 번째. 라라스베개, 머미쿨쿨, 두 종류의 바운서 등 온갖 수면 관련 용품들이 우리 집에 가득 있었다는 것이 두 번째. 양가 할머니들께서도 결국은 아기 포대기를 구매하셨다는 사실이 세 번째이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조리원 돌봄 선생님께서 “든든이는 안아주는 걸 좋아하는 아기예요. 신생아실에서도 안아달라고 많이 울어요."라는 말이,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육아스토리에 크나큰 복선처럼 느껴진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엔 그저, ‘우리 아기가 엄마한테 안겨있고 싶을 텐데, 엄마가 몸 회복이 더뎌서 미안해.’라며 눈물지을 뿐이었다. 아기와 함께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산후도우미 선생님과 밤낮으로 교대근무를 하며, 번갈아 아기를 몸에 착 붙이고 있었더랬다. 아, ‘손을 타는 아기’, ‘등센서가 예민한 아기’는 이런 아기를 이야기하는 것이구나. 산후도우미 선생님조차 아기를 품에 안고 소파에서 잠드셨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아기의 등센서가 예민했던 것은 내 육아방식이 잘못되었다기보단 그저 아기의 기질이 그랬었다는 것이라는 방증인 듯하여 지금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혹시나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직무태만을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우리(나와 산후도우미 선생님)는 일주일에 2~3일은 아기를 눕혀 재우는 방법에 대해 한 시간씩 회의를 했고, 산후도우미 선생님께서 퇴근 때마다 ”오늘은 이렇게 해서 눕혀 재우는 데에 성공했어요! “라며 뿌듯하게 비법전수를 하며 떠나셨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 지구 중력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즈음. 드디어 잠든 아기를 침대에 내려놓아도 깨지 않게 되었다. 그때쯤부터는 제법 밤잠 시간도 길어졌다. 초저녁인 7시쯤 자기 시작해서, 밤 12시쯤 새벽수유를 하고 다시 아침까지 자는 패턴이었다. 나에게도 '육퇴'가 생기다니! 사막 한가운데 금덩이보다 오아시스였다. 10년 차 직장인인 나에게조차 어느 날의 ‘퇴근’보다 ‘육퇴’가 백만 배는 더 달콤했다. 한동안은 아기가 중간에 깨지 않을까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아기가 잠든 그 밤에도 세상은 아직 잠들지 않았고, 또 얼마나 소란스러울 수 있는지를 이따금씩 느꼈다. 나는 작은 소음이나 울림에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어, 얼른 침대로 종종걸음 하여 아기의 잠든 얼굴을 살펴봤었더랬다.
그렇게 ‘아기띠로 입면에 들게 하고, 잠들면 침대에 내려놓는 패턴’이 시작되었다. 입면에는 매쉬 소재로 된 '코니'라는 브랜드의 아기띠를 사용했었다. 아기가 13kg이 되어 슬슬 허리와 무릎이 뻐근해졌을 때쯤, '이 천 쪼가리 아기띠는 어쩜 이리 튼튼해서, 아직도 이렇게 멀쩡히 쓸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올해(2025년) 설 연휴에 친정에 내려가서도 아기띠로 안아 재웠으니, 최소 14개월까지는 ’아기띠 입면 후 침대 눕기’ 패턴을 유지했던 셈이다. 진작 눕혀 재우는 습관을 들여주었으면 좋았을걸, 왜 그렇게 품에 안아 재우는 걸 고집했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도 스스로가 의문이다. 심지어 가끔은 아기가 아기띠에 안기는 것을 거부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엄마랑 반짝반짝 볼까?”하며 아기를 안아 베란다 창으로 가 창밖의 가로등이며 불 켜진 아파트, 상가를 보여준다. “밤이 되어 깜깜해져서 반짝반짝 들이 나왔어. 든든이도 이제 자러 갈 시간이야.”하며 아기가 반짝이는 것들에 눈이 팔린 사이 아기를 얼른 아기띠에 넣기도 했었더랬다.
눕혀 재워야겠다 마음먹게 된 건 내 양쪽 무릎이 고장 나고부터다. 아기가 15개월쯤이 되었을 때였다. 걸을 때마다 양쪽 무릎이 삐그덕 대며 욱신거렸다.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봤으나 별 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고, 의사는 그저 무릎이 무게를 지탱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릎이 아프니 일상생활이 모두 버거워짐을 느끼고, 나는 아기를 눕혀 재우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기들은 ‘졸리다 ‘는 느낌을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긴다고 한다. 매번 엄마 품에 안겨 잠들던 아기가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자니 불안한 마음도 느꼈던 것 같다. 냅다 침대에 눕혀두고, ’이제 코 잘 시간이야. 엄마 잘게. 든든이도 옆에서 자.‘라는 말이 처음부터 아기에게 잘 먹혀들진 않았다. 과도기가 있었다. 엄마에게 다양하게 치대며 품을 파고들었다. 얼마나 파고드는지, 가끔은 가슴팍이 뚫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를 부비며 들이미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엄마가 자는 척 반응이 없으면 아기는 제 침대로 가서 냅다 울어버렸다. 5~10분 정도 혼자 양껏 울며 ‘졸림의 불편한 느낌’을 조금 털어내고, 눈물로 에너지를 쏟아낸 후 겨우 잠들기를 며칠을 반복했다. 아기가 울 때면, 나는 냅다 일어나 아가를 안고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지금 참아야 아기도 혼자 잠드는 법을 배운다.’라고 생각하며 움찔대는 팔을 스스로 꼭 붙잡았었다. 생각보다 과도기는 금방 지나갔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아기는 누워서 입면 하는 것에 적응하여, 적어도 울지는 않고 잠들게 되었다. 쑤시는 허리, 무릎을 두드리고 주물러가며 아기띠로 안아 재웠던 세월이 너무 길었던 것은 단순히 엄마인 나의 용기가 부족해서는 아니었나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쑥 커버린 아기는 엄마가 기대하는바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능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19개월에 접어든 지금, 아기를 재우는 것은 거짓말 조금 보태 누워서 떡먹기보다 조금 더 재미있어졌다. 지금보다 조금 더 아기였을 때는 수면 루틴으로 ‘목욕’을 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어두워질 때쯤 따끈한 물로 목욕을 하고 막수를 하고 잠드는 패턴을 반복하여 아기가 밤잠 타이밍을 알도록 하는 것이 수면 교육의 첫걸음이었다. 이 패턴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마치 아기가 밤늦도록 잠을 자지 않을 것 같아 강박적으로 패턴 사수를 했더랬다.
19개월쯤 되니 루틴이라는 게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창 밖이 깜깜해지면 밤잠을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아기도 알게 된다. 아기도 어느 정도 신체 리듬이 형성되었으므로, 해가 지면 피로해하고 졸려한다. 지금은 형광등을 백열등으로 바꾸고 수면과 관련된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수면 루틴을 바꾸었다. 아기들의 동화책이 왜 항상 잠드는 것으로 끝나는지 신기했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책 속의 친구들이 코~ 자면 아가도 ‘나도 코 잘까?’하는 생각을 조금은 하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 집에는 잠들기용 책 3대장이 있다. ‘달님 안녕’, ’깜깜한 밤이야.‘, ’잠이 안 와요.’이다. 세 권의 책을 읽어주는 동안 아기는 침실로 갈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놀랍게도 책을 읽고 나면 아기는 어느 정도 차분해진다. 좀 전까지 소리소리를 지르며 온 집안을 우다다다 뛰어다니던 아기는 어디에 가고, 다소곳하게 책장을 넘기는 아기로 변해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놀이매트를 한번 둘러보며, 오늘 하루 함께 즐겁게 놀았던 장난감들에게 인사를 해준다.
”든든아, 이제 코 자러 가야 하니까 든든이 장난감들한테도 잘 자라고 인사해 줘. “
그러면 아가는 본인과 오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장난감 몇 개를 꼽아 인사를 해준다.
”타요버스 안녕, 아빠 상어 안녕, 라이언 안녕.“
아기는 자못 아쉬운 마음으로 장난감 몇 개를 끌어안는다.
“든든아, 아빠 상어는 든든이 침대에서 잘 수가 없어. 여기서 자야 한대. 여기 이렇게 눕혀주고 토닥토닥해 주자.”
아직은 엄마 말을 제법 잘 들어주는 19개월이다. 아기는 아빠상어 인형을 소파에 눕히고 손으로 투박하게 몇 번 두드린 다음 발걸음을 옮긴다.
“든든아, 이제 아빠한테도 인사하고 자러 들어가자. 가서 아빠한테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해주고 와.”
아기는 남편의 서재로 우다다 달려가 아빠에게 손을 흔든다.
“아빠 빠빠이. 안녕히 주무세요.”
남편은 아기의 대답이 항상 같을 것을 알면서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기에게 묻는다.
“오늘은 아빠랑 잘까?”
“시져, 엄마랑 잘끄야!”
냉큼 대답하고 방을 뛰쳐나오는 아기의 등 뒤로 자못 서운하고도 미안해하는 남편의 표정이 보인다. 나도 남편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아가와 손을 잡고 아기 침실로 향한다.
아기 침실에는 ‘비비엔다’의 아기 침대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접이식 매트가 깔려있다. 접이식 매트는 엄마 자리지만, 아기는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엄마의 자리에 대자로 누워버린다. 그리고 엄마에게 강한 의지의 눈빛과 텔레파시를 쏘아준다.
‘나는 엄마 옆에서 잠들 거야!’
나는 아기와 나란히 눕는다. 아기는 내 왼팔을 베고 눕는다. 가끔은 겨드랑이 밑으로 머리를 파묻기도 하고, 왼쪽 어깨에 기대 누워 목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어느샌가 키가 쑥 커버린 녀석이지만 이럴 때는 여지없이 아직 아가이다. 아기가 말이 트여서 가장 행복할 때는 이때이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며 오늘 하루에 대한 수다를 떤다.
“든든이 오늘 아침에 뭐 먹었지?”
“음 … 콩나물 먹어써!”
요즘 콩나물에 꽂혔는지, 매번 콩나물 먹었단 말만 한다. 사실은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었다.
“아니 아니, 아침에는 토스트 먹었잖아. 기억나? 토스트 어땠어? 맛있었어?”
“응! 토스트 맛있었어!”
“점심에는 뭐 먹었지?”
“맘마 먹었어!”
“맞아~ 맘마랑 된장국이랑, 콩나물이랑, 꼬기랑 버섯이랑 먹었지?”
“응!”
“저녁엔 뭐 먹었지?”
“음 … 맘마 먹었어!”
“맞아~ 저녁엔 맘마랑 닭다리 먹었지? 닭다리 맛있었어?”
“응. 닭다리 맛있었어요요요요요~”
“그리고 오늘 우리 문화센터 다녀왔잖아. 든든이 문화센터 가서 뭐 했지?”
“친구들 봤어!”
“맞아~ 친구들 만나서 반가웠지? 친구들 보고, 또 뭐 했지?”
“쓱싹쓱싹 했어!”
”맞아 맞아~ 물감 찍찍 뿌려서 쓱싹쓱싹 했지? “
“웅!”
”든든이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미끄럼틀!!”
“그랬구나. 든든이는 오늘 미끄럼틀 탄게 제일 재미있었구나?”
“웅.”
“든든아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그치? 이제 코 잘까? 코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물으면 아가는 양손으로 눈을 폭 가린다. 자려면 눈을 꼭 감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알려주었더니, 눈만 질끈 감을 줄은 모르고 굳이 굳이 자그마한 양 손바닥으로 눈을 폭 가려야 한다. 아가가 눈을 꼭 가리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잠들 자세를 찾으면 아기를 토닥이며 마무리멘트를 해 준다.
“든든아, 오늘도 고생많았어. 오늘 하루도 진짜 즐거웠다. 그치? 든든이, 오늘 하루 힘들었던 거 속상했던 거 짜증 났던 건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했던 거, 기뻤던 거, 재미있었던 것만 생각하면서 코~ 자자.”
“웅!”
“든든이 엄마가 엄청 많이 사랑해.”
“웅!”
“잘 자~”
“우웅~”
이 대화를 끝으로 아기가 스르르 잠든다면 그것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책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아기는 혼자서 나름대로 오늘 하루치 중 남은 에너지를 탈탈 털어낸다. 좌로 굴렀다가 우로 굴렀다가, 자기 침대로 가서 이 인형 저 인형을 껴안았다가, 다시 엄마 침대로 돌아와 엄마 배 위에 올라온다. 엄마가 반응이 없으면 엄마 볼도 깨물어보고 엄마 이마도 깨물어본다. 나는 아기의 톡 튀어나온 윗니가 얼굴 여기저기 박히는 간지러움을 못 참고, 잠든 척에 실패하며 꺄르르 웃어버린다. 그러면 아기도 같이 꺄르르 웃는다. 나는 다시 자는 척을 이어가고, 아기가 어떻게 해도 무너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아무리 엄마에게 치대어도 엄마가 반응이 없으면 엄마 얼굴을 붙잡고 양 볼에 번갈아가며 뽀뽀를 해준다.
“엄마 뽀뽀 쪽~”
엄마는 또 한 번 무너지고 꺄르르 웃어버린다. 그러는 사이 시간을 벌써 밤 9시를 향해가고 있다. 이제는 정말 재워야 한다. 이를 악 물고 자는 척을 한다. 아기는 어느새 반응 없는 엄마를 뒤로하고 오늘 인상 깊었던 단어들을 연관성 없이 나열한다.
“아가 상어, 엄마 상어, 할머니 상어~. 엄마 꼬기 맛있어요. 반가워요. 꼬물꼬물.”
5분~10분 정도 혼자 뒹굴고 떠들던 아가는 어느샌가 다시 자세를 잡고 양손으로 눈을 폭 가린다. 이젠 정말 잠이 오는 모양이다. 긴장을 풀지 않고 5분 정도 더 자는 척을 하면 아가는 드디어 밤잠에 빠져든다. 아기를 들어 아기침대에 눕히고 고래상어 인형을 아기 팔에 안겨준다. 아기는 잠결에도 고래상어 인형을 꼭 껴안는다. 이제는 돌아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아기가 숙면에 빠져들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드디어 방탈출이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침실 밖으로 나와 잠깐의 자유를 누린다. 남편과 못다한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야식을 시켜 먹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11시 전에 다시 방으로 들어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실 공주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