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아기의 일기
안녕하세요. 저는 10개월 인생을 살고 있는 든든이입니다.
겨울에 태어나 봄,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었으니, 나름대로 사계절을 겪어본 늠름한 아기랍니다.
나는 엄마 아빠의 계획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느 날 불쑥 엄마 아빠를 찾아갔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를 만나 제법 놀랐던 엄마 아빠는, 그저 내가 건강하고 든든하게 자라주길 바라서 든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오늘은 나름대로 즐거운 저의 하루를 소개해볼까 해요.
오전 6:30 기상
저는 아침형 인간입니다. 사람은 자고로 해가 뜨면 일어나야죠. 해님이 까꿍 고개를 내밀면 나도 까꿍 눈이 떠집니다. 기특하죠? 나는 눈을 비비고 벌떡 일어나 방 안 여기저기가 어제와 같은지 확인을 해요. 침대에 있는 인형 친구들에게도 하나하나 인사를 해 주지요. 아침 의식을 다 치르고 나면 제법 시간이 흐르는데, 그때까지도 엄마 아빠는 여전히 일어날 기색이 없습니다. 내가 깨우기 전까지는 일어날 수 없는 분들이에요. 나는 10개월 차 아기! 몇 개월 전 신생아때와는 달라요. 혼자서도 씩씩하게 놀 수 있지요. 하지만 때로는 부러 칭얼대어 엄마에게 경각심을 주어야 합니다. 나는 옆에 자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갑니다.
"아웅 든든아. 엄마 얼굴을 그렇게 때리면 어떡해."
나는 때린 게 아니에요. 엄마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는데 힘 조절이 아직은 어려워요. 엄마랑 빨리 놀고 싶은 생각에 절로 팔에 힘이 들어가는걸요. 어차피 엄마는 내가 깨워도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납니다.
겨우 일어난 엄마는 냉장고로 가서 컵에 물을 따라요. 내 컵에는 전날 분유포트에 올려놓은 따뜻한 물을 부어줍니다. 나는 10개월 차 아기! 혼자 잡고 마실 수 있어요. 엄마와 아침부터 짠~을 하고 물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엄마는 아침에 내 엉덩이를 씻겨줘요. 밤새 쉬야를 많이 해서 기저귀가 무거웠어요. 벗겨주는 것만으로도 개운한데, 엄마는 잠도 덜 깬 나를 굳이 욕실로 데려가요. 그래도 씻고 뽀송하게 닦고 새 기저귀를 차면 기분이 좋아요.
기저귀 가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참으로 귀찮은 일이에요. 내 다리를 들었다 놨다, 엉덩이를 들었다가 놨다가. 나는 한참을 가만히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곤욕인데. 이럴 땐 짜증이 나서 엄마 배를 발로 쾅쾅 차요. 엄마는 "아야" 했다가도 "으구 우리 든든이 지겨워? 좀만 참어~" 하고는 금세 "아휴 귀여워"하며 내 허벅지며 종아리, 발가락을 쪼물딱대요. 두 배, 세배로 귀찮아져요.
오전 8:00 아침식사
사실 나는 요즘 배고픈걸 잘 못 느껴요. 몇 달 전만 해도 수시로 분유가 먹고 싶었는데, 엄마와 같이 맘마를 먹기 시작하고부턴 항상 배가 든든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아침 맘마 준비를 하는 엄마 옆에 붙어 서서 보채야 해요. 엄마가 하나씩 입으로 넣어주는 단호박이나 소고기는 식탁에 앉아 먹을 때보다 훨씬 맛있거든요.
식사를 하는 일은 즐거워요. 이것저것 집어먹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나는 요즘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작은 물건을 집어 올리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엄마도 그런 나의 흥미를 존중하여 내가 집어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식판에 올려줘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은 소고기입니다. 아빠는 맛있는 걸 아껴뒀다가 가장 나중에 먹는다는데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반찬으로 잘 구워진 소고기 안심을 주면 나는 그것부터 와구와구 먹습니다. 단호박, 양배추, 시금치, 당근도 제법 맛있었지만 소고기에 비할바는 못되어요. 양손 가득 집어 입에 넣어도 부족해요. 묘하게 짭짤한 맛이 나는 건 소고기뿐이거든요. 엄마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엄마도 배가 고픈 걸까요? 소고기를 집은 손을 엄마에게 쭉 내밀어 봅니다.
"엄마 줄 거야? 아~"
아웅, 고민됩니다. 소고기는 맛있는데 엄마도 주고 싶고. 에라 모르겠다. 내 입에 우선 넣어볼래요. 엄마는 자기 입에 넣어주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날 보고 깔깔 웃어요. 아무래도 미안하니 시금치를 줘야겠어요.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면, 그 안으로 시금치를 잡고 있던 엄지 검지 손가락을 쭉 펴면 됩니다.
"아이 고마워~ 너무 맛있다~ 든든이가 주니까 더 맛있네!"
나는 시금치가 그다지 맛이 없는데, 엄마는 맛있다니 다행이에요. 엄마가 환히 웃으니 나도 절로 웃음이 나요.
소고기를 먹고 나면 식사가 끝난 것 같은데, 엄마가 떠먹여 주는 밥과 다른 채소들을 한참 먹어야 해요. 한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일은 즐거운 듯 지겹습니다. 지겨움에 귀를 비비고 눈을 비비고, 내 손의 밥풀이 옷 여기저기 묻었을 때쯤. 엄마의 "다 먹었다~ 아이구 고생했어." 말에 나는 기쁨의 짝짜꿍을 합니다. 고생했다는 건 나에게 하는 말인지 엄마에게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맘마를 다 먹고 나면, 엄마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나는 부엌 탐사를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냉장고에 붙어있던 동물 자석들이 썩 마음에 들었어요. 착 붙어있는 친구들을 손가락으로 세심하게 하나씩 떼어내며 '내가 이제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무척이나 기쁘고 즐거웠거든요.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그것도 2주쯤 하니 무척이나 지겨워지더라고요. 엄마는 나를 자꾸 냉장고 앞에 세워주는데 나는 더 이상 동물 자석을 떼며 놀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벽이라고 생각했던 흰색 찬장들 속에 재미있어 보이는 게 가득하다는 걸 알았거든요. 엄마가 허락한 찬장만 뒤져볼 수 있지만 괜찮아요. 새로운 것은 한참을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맛보아야 하는데, 엄마는 그전에 설거지가 끝나거든요.
오전 9:30 분유 수유
나는 여전히 분유를 좋아해요. 파블로프의 개 아시죠? 나는 갓난아기 때부터 분유를 먹어서 우리 엄마 아빠는 분유제조기를 들여놨어요. 분유제조기는 요란하게 돌아가요.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소리가 난 후에 분유를 먹을 수 있게 되니까 지금은 그 소리만 들어도 침이 꼴딱 넘어가요. 나는 맛있는 수박도 먹어봤고 샤인머스캣도 먹어봤어요. 거기에 비해 달지도 않은데, 어쩐지 분유는 여전히 꿀떡꿀떡 잘 넘어가요.
아빠는 분유를 탈 때마다 엄마한테 물어봐요. '120 줄까요, 150을 줄까요?" 엄마 대답에 따라 내가 마실 분유량이 정해져요. 엄마는 항상 넉넉하게 줘요. 아빠는 딸내미라 살찔까 걱정이라지만, 엄마는 잘 먹어야 잘 큰다고 그래요. 재미있는 얘기 해드릴까요? 요즘은 엄마가 소고기를 하루에 두 번 주지만 한때는 세 번을 줬어요. 아빠랑 대화하는 걸 들었어요. 엄마는 내가 '하루에' 소고기를 30g 먹어야 하는데 '한 끼에' 30g 먹어야 하는 줄 알았대요. 덕분에 소고기를 양껏 먹었지 뭐예요? 그래서 내가 벌써 12kg이나 나가나 봐요. 그래서인지 요즘 나를 안고 있을 때 엄마 팔이 점점 내려가더라고요.
오전 9:40 놀이시간
특별히 애정하는 놀이는 없어요. 기어 다니고부터 온 집안을 탐색할 수 있게 되면서, 또 손가락이 자유로워지면서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거든요. 번쩍이던 장난감에 버튼이라는 게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니까요?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오고, 한번 더 누르면 노래가 멈춰요. 심지어 책에도 버튼이 있어서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책 속에 춤추는 동물 친구들을 따라 나도 짝짜꿍 도리도리 춤을 추면 세상 신나는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난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책 보는 걸 좋아해요. 처음엔 책장을 넘기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지금보다 더 아기일 때부터 엄마는 내 앞에서 책장을 쉭쉭 넘겼었는데, 그걸 내가 따라 하니 엄마는 너무 기뻐하며 나를 칭찬해 주던걸요? 그래서 책장을 신나게 넘겼었더랬죠. 지금은 엄마가 책을 읽을 때 "토끼는 어디 있어?"물어봐서 나는 토끼를 짚어요. "그건 꿀꿀 돼지야. 토끼는 여기 있지~" 그래요? 나는 얘도 쟤도 토끼 같은데요?
오전 10:00 낮잠 1
일어난 지 3시간이 지나면 졸려요. 내 배터리는 아직 3시간짜리예요. 내가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고 밑입술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눈빛이 멍해지면, 엄마는 나를 안고 쪽쪽이를 찾으러 가요. 엄마가 "쪽쪽이, 아~"하면 나는 앙! 하고 쪽쪽이를 물고 눈이 더 감겨요. 엄마는 내 방 침대에 나를 눕혀주고 모빌의 자장가를 틀어줘요. "엄마랑 낮잠 잘까?"라는 말을 알아듣기 전부터, 모빌의 자장가로 잠을 청했기에 나에겐 익숙한 취침과정이에요.
밥도 먹었고 실컷 놀았고 제법 만족스럽지만 아직 뭔가 허전해요. 엄마는 내 마음을 잘 알아요. 나는 엄마 옆에 착 붙어 자고 싶었어요. 엄마가 나를 엄마 옆구리에 붙여 눕혀주고 엄마의 도톰한 이불을 덮어줘요. 그 위로 엄마가 내 배를 토닥이면 이불에서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요.
눈을 떠보면 엄마는 어느새 등을 돌리고 있어요. 엄마는 내가 자고 있는지, 일어났는지 다 알면서 괜히 딴청이에요. 엄마 등을 톡톡 쳐봐요. 엄마는 몰랐다는 듯 "우리 애기 잘 잤어~?" 하며 등을 돌려 나를 안아줘요. 기지개를 쭈욱 켜면 손끝으로 잠이 슈욱 하고 빠져나갑니다. 그럼 눈이 번쩍 떠지고 바로 앉을 힘이 나요. 나는 앉아서 여전히 누워있는 엄마를 내려다봐요. "든든이 잘 때, 엄마도 잘 걸 그랬어~." 하며 엄마도 바로 앉아요. 엄마가 손으로 머리를 쓱쓱 틀어 올리면 나는 엄마 옆에 있던 커다란 집게 핀을 집어 엄마에게 줘요. "어머 엄마 머리 하라고 집어준거야? 너무 고마워." 엄마는 요즘 내 작은 행동에도 너무 기뻐해요. 그동안 엄마를 열심히 관찰해 두길 잘했어요. 엄마는 자고 일어나면 매번 머리를 틀어 올리는 걸 알거든요.
오전 11:00 놀이시간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으니 한바탕 또 놀아야죠. 나는 한 자리에서 놀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부엌으로 화장실로 사라져요. 그치만 괜찮아요. 이제는 엄마를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나는 엄마 반경 1미터 안에 있어야 뭐든 편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오후 12:30 점심시간
이번엔 내 밥상과 함께 엄마 밥상도 차려요. 아침엔 커피만 마시더니 점심때나 되어야 엄마도 배가 고픈가 봐요. 나도 이제 혼자 잘 먹을 수 있는데, 엄마는 왜 자꾸 날 쳐다보느라 밥을 못 먹는지 모르겠어요. 아까 낮잠 자다가 일어날 때, 사실 엄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해 잠에서 깬 거예요. 이러다 또 아빠한테 칭얼댈 거면서. 가끔 보면 나보다 엄마가 더 해요. 아빠한테 '입맛이 없네. 오늘도 한 끼도 못 먹었네. 저녁엔 치킨에 맥주를 먹을 거네' 하면서요. 나 지금 맘마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엄마도 밥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
오후 1:30 분유수유
오후 1:40 놀이시간
오후 2:30 낮잠 2
오후 4:00 기상 & 놀이시간
해님이 건물들 사이로 숨기 시작할 때쯤, 서재에 있던 아빠가 와서 놀아줘요. 엄마랑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난 가끔 하루종일 아빠를 기다리기도 해요. 같은 놀이를 해도 아빠는 엄마랑 묘하게 다르거든요. 같은 책을 읽어줘도 아빠가 읽어주면 그림 속 돼지가 내 옆에 있는 것 같아요. 아빠가 인형 친구들을 양손에 들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어 줄 때면 친구가 가득 생긴 기분도 들고요. 무엇보다 아빠는 비행기를 태워줘요. 나도 모르게 꺄르르 소리가 터져 나올 만큼 기분이 좋아져서, 아빠가 나를 바닥에 내려주고도 한참을 도리도리 혼자 춤을 추게 돼요. 그럴 때면 엄마도 아빠도 옆에서 같이 도리도리 무아지경으로 춤을 춰요. 테크노댄스 같다며 셋이 같이 머리를 흔들고 있는데, 그게 뭔진 몰라도 같은걸 함께 하며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건 혼자 할 때 보다 마음이 더 가득 차는 느낌이에요.
오후 5:00 저녁식사
저녁 맘마는 혼자 먹을 때도 있고, 엄마 아빠와 함께 먹을 때도 있어요. 엄마가 피곤하다며 아빠에게 "저녁엔 뭐 시켜 먹자~"하면 나는 혼자 맘마를 먹어요. 엄마가 조금 부지런을 떨어 저녁상을 차리면 아빠도 엄마도 식탁에서 같이 저녁을 먹어요. 뭐든 상관없어요. 어쨌든 내가 저녁을 먹을 땐, 엄마 아빠가 모두 식탁에 앉아 나를 봐주거든요. 나는 옆에 앉은 아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가, 입에 있는 밥알을 모두 삼키고 엄마를 한번 쳐다보고 밥을 한입 더 먹어요.
오후 6:00 목욕
목욕 시간은 즐겁고도 귀찮아요. 지금보다 더 아가일 때는 욕조에 앉아 엄마 혹은 아빠와 마주 보며 목욕을 했어요. 지금은 샤워핸들에 서서 목욕을 해요. 아니 나 할 말 있어요. 나 목욕할 때 제법 얌전한데, 엄마 아빠는 꼭 누가 나를 목욕시킬지를 두고 눈치싸움을 해요. 내가 모를까 봐요? 나 조금 서운해요. 물론 머리를 감을 땐 조금 칭얼대긴 해요. 왜냐하면 얼굴에 샤워기 물이 튀는 게 불편하니까요. 그래도 장난감 하나 주면 나 제법 잘 기다려주잖아요! 아, 로션 바르는 것도, 로션 바른 후에 끈끈한 몸에 옷을 입는 것도 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큰 반항은 하지 않았어요. 나도 그 과정이 귀찮으니 조금 '끼잉' 정도는 해야죠. 맨날 엄마 아빠는 "우리는 안 씻어도 아기는 이렇게 매일 씻기다니. 우리 대단한 것 같아."라고 자화자찬하지만, 나도 귀찮아요. 나는 적당히 칭얼대고, 엄마아빠도 적당히 힘든 걸로 합의 봤으면 해요.
오후 6:30 마지막 분유수유
목욕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노곤해져요. 아주 완벽한 하루예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았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분유만 콸콸 마시면 잠이 쏟아질 것 같아요. 엄마는 밤새 깨지 않고 잘 자라고 분유를 양껏 줘요. 나도 배부르지만 분유는 항상 맛있으니까 꾸역꾸역 끝까지 먹어요. 아, 최근에 아빠한테 "캬~"를 배웠어요. 분유를 먹다가 한번 쉬고 싶을 때마다 "캬~"를 해주는데 내 입에서는 자꾸 "까아~"가 나와요. 그래도 괜찮아요. 엄마 아빠는 알아들은 것 같아요. 메아리처럼 같이 "캬~"를 외쳐주거든요.
오후 7:00 저녁 취침
이제 긴긴 잠에 빠져들 시간이에요. 단 11시간이지만 엄마 아빠와 놀지 못하고 꿈나라를 혼자 헤매는 시간은 제법 길고, 또 아쉬워요. 그래서 쉽게 잠에 들기가 어려워요. 주로 엄마가, 가끔은 아빠가 나를 침실에 데리고 들어가 재워줘요. 내 침대에 눕혀주면 나는 데굴데굴 굴러 침대 끝에서 끝으로 가보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구르는 게 아니에요. 이 자세 저 자세, 잠들기 편한 자세를 찾아보지만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실은 더 놀고 싶은지도 몰라요.) 침대 끝까지 굴러가보니 엄마와 너무 멀어졌어요. 재빨리 기어 가 엄마 팔을 베고 누워야겠어요. 아,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아요. 엄마에게 폭 안기고 싶어서 내 머리를 엄마 볼에 마구 부벼봤어요. 엄마 품으로 더 깊고 깊게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잠에 들기가 어려워요. 다시 침대를 굴러다니다가 엄마 품에 파고들었다가 몇 번이나 반복해 보지만 잠이 들지 않아요.
엄마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안아 올려 품에 안아줬어요. 아빠다리를 하고 앉은 엄마는 나를 마주 안고 몸을 앞뒤로 흔들어주어요. 엄마가 내 이마에 입술을 대고 있으면 눈이 스르르 감겨요. 엄마와 볼을 맞대고 흔들흔들하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어요. 엄마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어요. 내 몸 틈새 구석구석으로 이불을 찔러 넣어 바람들 틈이 없게 해 주어요.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그렇게 해 주었대요. 귀찮아도 그게 참 포근했대요. 나도 그래요. 찔러 넣는 손길이 내 잠을 슬쩍 깨우기도 하지만, 몸에 힘을 스르르 빼고 보면 참 포근해요.
아웅 너무 졸려요. 나는 꿈나라로 가야겠어요. 내 하루가 참 짧고도 길죠?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엄마, 아빠 오늘도 재미있었어요. 잘 자요.
내가 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