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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급식 덕분입니다

JMT 급식 덕분에 새학기 적응완료

by 행복해지리






요즘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고르는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일까?


학급수 : 학급과 학생수가 많은 내신 등급 받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학교 프로그램 :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생활기록부가 탄탄해질 수 있다.

학업 분위기 :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학습 분위기가 주는 영향이 크다.

그리고 급식 : '급식이 맛있다'가 고등학교 홍보에서 한 꼭지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대부분 급식이 맛있다고 홍보는 하지만 급식맛은 거기서 거기였다.

급식은 그저 급식이었다.




교직 19년 차,

4번째 학교에 근무 중이다.

그 기간 동안 매년 꼬박꼬박 급식을 먹어왔다.

초기 10년 정도는 석식까지 학교 급식으로 해결하곤 했다. (보충수업 및 야간자율학습이 있던 시절이었으니)

물론 급식비는 꼬박꼬박 낸다.

혹자들은 교사는 급식비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라 학생들은 돈을 내지 않지만 교사는 1인당 급식 지원비와 동일하게 급식비를 낸다.


지금까지 급식은 맛있게 먹는 한 끼 식사보다는 배고픔을 꺼트리는 수단 정도였다.

오전 내 수업하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식사였을 뿐이다.

다만 내가 만들 필요 없고 치울 필요 없는 식사이기에 늘 감사하며 먹었다.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좋은 밥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새로운 학교에서 발령받아 처음 한달을 보냈다.

지금 학교에 처음 와서 가장 의아한 것이 있었으니 행사마다 '우리 학교 급식 참 맛있다'가 등장하는 거였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학교 입학설명회에 급식을 소개하는 경우는 봤지만 2월 학기 초 연수에서, 교장·교감선생님을 만난 자리에서, 부서 첫 모임에서도 급식맛 자랑을 빼놓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무슨 학교가 밥에 이렇게 진심인가 싶고, 급식이 맛있어 봤자 급식이지 싶어서 얼마나 맛있나 두고 보자 싶었다.


그렇게 자랑을 하던 급식과 마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22번의 점심 급식을 먹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 학교 급식 진짜 맛있다.

인정


우선 뭐가 좀 가짓수가 많다.

요즘 고등학교 급식은 나라에서 학생수에 맞춰 지원되는 무상급식이다.

학교마다 1인당 지원비는 모두 동일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타학교에 비해 가짓수가 많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줄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게 맛깔나다.

과하게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고 다 맛있다.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것이 손맛이 정말 살아있다.

종종 내가 남긴 반찬이라도 싸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덕분에 다이어트는 망했다.

배고픔과 식탐의 콜라보 덕에 양조절에 실패하고 매일 과식을 한다.

급기야 우리 교무실에만 두 분이 급식 중단을 선언하셨다.

급식이 정말 맛있어서 한 달 만에 살이 쪘다며 급식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 급식을 놓을 수 없다.

맛있다.


매일 첫수업 시간에 교실에 붙은 오늘의 급식 메뉴를 확인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오늘은 어떤 메뉴가 가장 기대되는지 얘기하며 설레인다.


새로 발령받고 낯선 학교, 어색한 사람들, 새로운 시스템으로 고생하던 내게 맛있는 급식이 큰 위안이었다.

밥이 이리 중하다.


오늘의 메뉴는 뭘까

급식실을 들어서며 코가 벌름벌름 나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식판을 채운다.

사진하나 찍고,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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