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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도 장비빨이다.

by 행복해지리



모든 게 장비빨이다.

운동을 하려면 종목에 맞는 운동복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

육아도 아이 발달에 맞춰 유행템을 갖춰야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다.


수업도 장비빨이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1년 만에 다시 교단이다.

(TMI, 요즘은 교단이 없으나, 2005년 첫 발령받은 학교에는 있었다. 계단보다 높았던 교단이 문뜩 생각난다.)

전투력을 갖추는 마음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내 수업 장비들을 소개한다.






나만의 분필, 하고로모


복직하면서 새로 발령받은 학교는 정말 오랜만에 분필을 쓰고 있었다.


나 분필 글씨 정말 안 이쁜데 •︠ˍ•︡


게다가 학교에서 공급해주는 분필은 (분필 가루가 날리지 않기 위해) 아주 건조했다.

판서 악필에게 더 좋지 않은 조건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하고로모 분필 '◡'

내돈내산


필기감이 좋다.

건조한 분필에 비해 부드럽게 잘 써진다.

선명한 색이 전달력 있게 잘 보인다고 한다.

보통 분필에는 없는 다양한 색이 있어서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자연스럽게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눈에 띄는 형광라인 하고로모 분필들. 색이 예뻐서 벌써 우리반 아이들이 탐내는 중이다.





수업에 간식이 빠질 수 없다.


아직 졸린 1교시, 지루한 2교시, 멍때리는 3교시, 배고픈 4교시, 밥먹고 졸린 5교시, 집중력이 바닥난 6교시, 집에 가고픈 7교시.

모든 시간, 간식이 필요한 이유는 충분하다.


가장 기본템, 마이쮸

모든 간식은 내돈내산이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그 중 마이쮸는 기본으로 깔고 간다.

마이쮸가 질릴 때쯤 오트밀 미니바이트로 갈아탄다.


조금 업그레이드 된 상품, 베베토 베어

개별 포장된 젤리로 상품으로 사용하기 유리하다.

개인적으로 하리보는 좀 질긴 느낌이 있는데 비해 베베토 베어 젤리의 질감이 딱좋다.


찐사랑의 표현, 바나나맛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단가가 나가기 때문에 큰 칭찬이 필요할 경우에 제공한다.

그 중 가장 칭찬받을 일은 나를 치켜세울 때다.

(내돈내산이니 기준은 소유자 마음이다)


선생님, 오늘 왠지 예뻐요?
쌤, 지리 시간은 좀 들을만 해요.
귀걸이 하셨네요. 잘 어울려요.


이런 멘트를 날리는 아이에게 바나나맛 초코파이를 살며시 쥐어준다.

여학생보다 남학생에게 들으면 훨씬 감동이 크다.

그들이 이 정도로 말했다면 찐을 알기에 감동이 커진다.

보답을 위해 수업에 가기 전 간식이 넉넉한지 확인은 필수다.




최상급 간식, 바나나 초코파이. 그냥 초코파이보다 단가도 높다.






날 봐요, 지시봉



난 50분 수업을 모두 자체 제작한 PPT로 진행한다.

설명할 멘트 하나하나에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가고 모든 시각자료와 영상이 포함된다.

학생 혼자 PPT를 보고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고 자세하게 만든 내 보물이다.

문제는 PPT 화면이 보여지는 교실 TV가 내 짧은 키로는 늘 높고 높다.


정확하게 요기! 를 표시하며 설명하고 싶을 때 한껏 뻗어도 도달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니 내 팔을 늘려줄 지시봉이 필요하다.

너무 거추장스럽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잡을 만한 그런 깔쌈한 느낌으로.


내 가제트 팔이 되어줄 지시봉






가장 확실한 수업 장비는, 레포 형성


수업 장비빨의 최고는 아이들과의 교감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 목을 메지 않는다.

학교가 아니어도 인강, 학원, EBS 등 수많은 컨텐츠가 있다.

그러니 아무리 수업 스킬이 좋은 교사라도 학생들과의 교감에 실패하고 관계가 망가지면 아이들은 수업을 외면해 버린다.


래포 형성에 대단한 노하우는 없다.

그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고 공감해주며 진심으로 대하면 마음이 통다.

진심은 늘 옳다.








이제 장비들을 갖추고 교실로 향한다.

일타 교사가 될 시간이다.









(제목 사진출처 : 일타스캔들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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