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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Jun 05. 2023

땡밍아웃 '저는 땡땡이입니다.'

 



전 땡땡이입니다.


할 일 안 하고 도망치는 땡땡이 아니고요

물방울무늬를 말하는 일본어도 아닙니다.


땡땡이는

은이언니와 숙언니의 팟캐스트 비밀보장 팬들의 애칭입니다   '◡'









네, 은이언니 = 송은이, 숙언니 = 김숙 입니다.

지금은 왕성하게 활동하는 언니들이지만 한때는 일이 없던 때가 있었답니다.  

8년 전 고정 프로그램이 끊어지고 방송국 놈들이 불러주지 않자 언니들은 새로운 생각을 합니다.  


방송이 우리를 찾지 않으면 우리가 방송을 만들자


지인 사무실 한켠에서 사비로 구입한 장비로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국내 최초 '전화연결 고민상담소'라는 콘셉트로 방송 인맥을 탈탈 털어가며 지인 찬스로 직접 방송을 만들어 팟캐스트에 업로드하기 시작합니다.

당시는 연예인들의 유튜브나 팟캐스트가 별로 없던 시절이였습니다.  

언니들은 편견 없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었고, 그동안의 경험과 찰떡 호흡 덕에 업로드 몇 주 만에 팟캐스트 1위를 차지합니다.

이후 팟캐스트 콘셉트를 이어받아 SBS 러브 FM에 '언니네 라디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게 됩니다.

다시 방송국 놈들이 찾아주게 된거죠.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국민 영수증, 밥블레스유, 셀럽파이브, 씨네마운틴 등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국에 공급하는 콘텐츠 회사 (주)콘텐츠랩비보를 설립하고 오늘에 이릅니다.








전 육아의 답답함과 고된 순간들을 비보를 들으며 버텼습니다.


비보가 시작되던 무렵 저는 이제 막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즈음입니다.

남매의 엄마, 고등학교 교사,  그리고 며느리 그리고 주부

나를 지칭하는 명칭이 늘어난다는 건 역할이 늘어나는 만큼 무게감도 커져간다는 뜻일 겁니다.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데 역할이 늘어나기만 하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시절은 해결하는 일보다 새롭게 일이 쌓여가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일에 치이면서 매일 지쳐가고 있었어요.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이 엄마 노릇이었습니다.

엄마 역할도 시간이 쌓이면 능숙해질 줄 알았는데 완벽한 착각이었습니다.  

엄마 노릇은 해마다 새로고침 되어 다시 초보가 됩니다.

1살 엄마 역할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질만 할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고 이미 2살이 되어있었습니다.

2살의 엄마는 처음이라 그저 맥없이 다시 초보 엄마가 되어버립니다.

노력해도 매양 초보에 머물러있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엄마 노릇은 12년 차가 된 지금도 여전히 능숙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남매엄마라는 타이틀이 처음이던 그 시절, 답답한 집에 갇혀 갑갑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을 때 유일한 탈출구는 이어폰이었습니다.  

잠시 눈앞에 똥 기저귀와 쌓여있는 빨래를 외면하고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웃을 수 있었습니다.

1회분 방송을 다 들을 만큼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부분 부분 들으면서도 잠시나마 웃고 나면 다시 아이들 곁에서 웃을 수 있었어요.   

반복 청취는 기본, 주 1회 업로드되는 방송이 아까가며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주 한주 듣던 비보(비밀보장의 줄임말)는 올 2월 400회를 함께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6월 22일이 되면 비보 탄생 3000일이 됩니다.




400회를 맞이하며 땡땡이들에게 언니들이 하사하신 감사장








은이언니는 마흐니쓰리(마흔셋을 은이언니 표현으로 이렇게 합니다)에 직접 방송을 만들었고 지천명이 되었을 때 설립한 회사의 신사옥을 올렸습니다.  


얼마 전 비보 400회 특집에서 '은이언니 마흐니쓰리에 시작한 비보가 드디어 400회를 맞이했습니다'라는 숙언니 멘트를 듣고 찌릿했습니다.


제가 올해 마흐니쓰리입니다.

비보를 들으며 키운 남매는 이제 제법 자라서 엄마 노릇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나도 마흐니쓰리.
엄마, 교사, 딸, 며느리, 주부 말고 나를 찾아야겠구나.


30대에 방황하던 나를 웃음으로 힐링시켜 준 비보

이제 40대에 뒤늦게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계시를 내려주는 비보입니다.

 

마흐니쓰리에 새로운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불려지는 이름에 주어진 역할을 해내며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나를 부를 이름을 만들기 위해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지천명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기대되고 설렙니다.

분명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테니깐요 ˘◡˘






혹시 아직도 비밀보장을 모르신다면

사고무고, 사소한 고민부터 무거운 고민까지 속시원히 풀어드리는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꼭 들어보세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에 업로드됩니다.


우리 언니들 아주 배꼽 도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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