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의 주특기는 24시간 밀착 육아를 기본으로 습기와 무더위라는 무기를 사용해서 아군을 짜증으로 자폭시킬 수 있음에 있다.
게다가 올해는 남매 + 조카까지 합세해 도합 초등 3을 방어해야 하는 난도 높은 공격을 이겨내야 한다.
철저한 대비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이에 전략을 수립한다.
제1전략 : 전투식량 준비
방학의 가장 무서운 공격은 삼시세끼.
파도처럼 규칙적으로 몰려드는 끼니를 매번 무방비로 당할 수는 없다.
게다가 초등 어린이들에게 한 끼를 대충 때운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 많이 먹고 쑥쑥 커라)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식량을 준비해야 한다.
우선 단골 반찬가게에서 국과 고기반찬을 대량으로 주문해 두었다.
언제든 꺼내서 10분 안에 데우고 굽기만 하는 넉넉한 식량을 냉장고에 가득 쌓아두면 찐득한 더위로부터 유발하는 간헐적으로 화를 조금은 조절해 가며 방학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돌밥돌밥돌밥 사이 간식이다.
24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애미의 피로에도 도움이 되고 돌아서면 배고픈 아이들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간식 지원군의 절실하다.
건강에도 좋은 사과주스를 필두로, 달달함을 채워줄 초코 프리챌, 씹는 맛도 함께 줄 오란다, 비타민을 채울 과일까지 속속 식량 창고를 채우고 있다.
이로써 전투 식량은 이상무.
제2전략 : 놀거리 성벽
방학은 장기전이다.
초등 어린이 셋과 방학 내내 집에만 있으면 자칫 함께 자멸해 버릴 수 있다.
방학이라는 장기전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키기 위해 적재적소 놀거리 배치가 중요하다.
게다가 적군의 넘치는 에너지를 분산시켜야 이 전쟁에서 승기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여름 방학은 전국이 들썩이는 성수기 중 성수기.
이 시기 바가지요금과 피 터지는 예약 전쟁은 아군의 엄청난 군비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계획이다.
7-8월 성수기에 조금이라도 낮은 금액에 숙박을 잡기 위해 이미 4월부터 서치에 돌입한 나다.
덕분에 정선의 ○○○리조트를 1박에 8만 원씩에 결제했고, 시설 좋은 수영장을 갖춘 인기 좋은 키즈 캠핑장 또한 예약에 성공한 상태다. 가성비 좋은 해수욕장 앞 호텔까지 자그마치 세 번의 물놀이 계획이 수립되었다.
이로써 방학을 버텨낼 견고한 놀거리 성벽이 준비되었다.
제3전략 : 덫 (또는 밑밥)
방학이란 전쟁이 자칫 놀기만 해도 된다는 적군의 생각을 교란시켜야 한다.
학기 중에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 전시회, 체험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스파이를 심듯 아이들 머릿속에 참여의지를 심어줘야 한다.
작전명 밑밥 깔기
우선, 방학 동안 마을 도서관 여름방학문화교실을 신청했다. 아침부터 에어컨 나오는 쾌적한 곳에서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끝나면 맛나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고 손쉽게 꼬드겨 놓은 상태다.
그램책 원데이클래스도 신청했다. 꿈이 동화작가인 딸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겠지만 아들은 관심이 없을 듯해서 한 달 전부터 학교에서 가져오는 미술활동 작품(일명 예쁜 쓰레기)에 영혼을 끌어모아 칭찬을 퍼부었다. '글솜씨가 있는지 몰랐다, 요즘 부쩍 그림이 늘었다, 작품을 만들어주고 싶다' 등등 세상의 모든 미사여구를 던져주었더니 현재 미술 자신감이 머리꼭대기에 있는 상태. 이때다 싶어 이번 방학에 정말 작품을 하나 만들러 가면 좋겠다고 했더니 덥석 따라나서겠다는 아드님. 걸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