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해지리 Oct 27. 2023

비법은 "애바애"입니다

책 좋아하는 아이 만드는 방법




책 읽는 아이 만드는 비법 참 많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우리 집에서는 안 통해서 속상하시죠.

인스타 화면 속 아이들은 (허구일지도 모르지만) 글밥 있는 책도 잘 읽고, 몇 시간씩 앉아 있는다던데 우리 집 아이는 왜 안 되는 걸까 한숨짓게 됩니다.  


육아서에서 시키는 대로, 독서교육 전문가의 조언대로 해봤는데 왜 안될까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그 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전문 용어로 애바애라고 합니다.

애마다 먹히는 방법이 다를 것이고, 좋아하는 책이 다를 것입니다.

책에 재미를 느끼는 시기도 다르겠지요.

애만 다른가요

그 집 환경과 우리 집 환경이 다르고, 그 엄마와 내가 다릅니다.

그러니 그 집에서 통한 비법이 고대로 우리 집에 와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책읽는 아이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 아이 전문가, 엄마가 내 아이 전용 비법을 만드시면 됩니다.

제시해 드리는 방법을 오직 내 아이에게 맞도록 조금씩 세팅을 바꿔보세요.

그럼 단기간에는 안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책 읽는 아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만 학년이 높을수록 효과가 더딘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


이미 잘 읽고 있는 아이를 두셨다면 이 글은 읽으실 필요가 없어요.

지금 하던 대로 쭉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허나 아이가 책 읽는 양이 부족하거나, 책 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고민이시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중요한 건 알려드리는 방법을 참고해서 내 아이에게 맞춰 변형시켜야 합니다.

내 아이를 가장 잘하는 엄마라는 점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보세요.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먼저, 인내심부터 장착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책 읽는 아이, 그것도 많이 읽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좋아해야 합니다. 

책 정서가 긍정적이어야 해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책을 자발적으로 집어서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 읽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책 읽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은 시작도 해보지 않고 '책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박혀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상당수는 책읽기를 숙제처럼 수행했던 아이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책을 읽지 못하고 권장도서를 읽습니다.

스스로 읽고 싶어서 읽은 것이 아니라 그날의 할당량을 위해 억지로 읽었으니 책이 좋을 리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다시 책이 좋아지도록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책과 관련된 즐거운 경험이 많이 쌓아서 긍정적인 책정서를 만들어주세요.

장기적인 안목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시작하세요.

단박에 효과를 낼 수는 없을 겁니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첫 번째, 내 아이가 재미있어할 책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추천도서, 교과서 수록도서, 남에 집 아이가 읽고 있는 도서가 아닌 내 아이가 관심을 보일만한 도서 리스트입니다.

저희 집 큰 아이가 서점에 가서 처음으로 산 글밥책은 '마인크래프드 엔더 드래곤과의 대결'이었답니다.

(수정합니다. 아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의 첫 책은 '앤더 드래곤과의 대결'이 아니라 마인크래프트 '좀비섬의 비밀'이라고 하네요 ㅋ)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 책이라서 구입 후에야 보니 글만 가득하고 300쪽 가까운 방대한 분량이더군요.

그래 처음에는 못 읽고 책 읽기 수준이 높아진 1년이 넘은 시점에서야 읽어냈습니다.

그때도 그림 하나 없는 글밥만 가득한 책이라 읽어내기 어려웠을 텐데 워낙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초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이후에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마인크래프트 공략집을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제 눈에는 사용설명서 같은 딱딱한 책인데 을마나 열심히 보던지요.

'뭐 저런 걸 책이라고 읽고 있나' 싶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종이로 된 책을 엉덩이 붙이고 읽고 있으니 뒀습니다.

지금도 종종 게임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사전을 찾듯 공략집을 봅니다.


아들이 가장 애정하는 책장 코너입니다. 마인크래프트와 키즈스파이 섹션 '◡'



책 좋아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책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내 아이 취향은 엄마가 가장 잘 압니다.

판타지를 좋아할지, 탐정 이야기를 좋아할지, 유머 있는 책을 좋아할지 말이죠.

감이 오지 않으시면 무릎독서 시절 아이가 좋아했던 그림책에서 힌트를 얻어볼 수 있습니다.

동물책을 좋아했을까요?

모험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했을까요?

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관심사는 바뀝니다.

저희 큰 아이처럼 게임에 푹 빠진 아이도 있을 것이고, 아이돌의 세계를 알아버린 아이도 있을 겁니다.


엄마는 내 아이 전문가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 정보를 추려보세요.

도서관 등에서 제공하는 추천도서보다는 인스타나 초등교육 전문가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하는 책 중에서 추리시는 것이 편할 겁니다.

추천 리스트를 그대로 적용하지 마시고 그중 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하신 책들을 꾸준히 아이에게 노출시켜 주세요.

아이 전용 책 리스트가 생기고, 그 책들을 아이가 접했다고 해서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긴 안목으로 기다리면 분명 그중 하나 정도는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재미있는 책이 있을 겁니다.  

그 한 권이 마중물이 되어 아이가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저는 이것을 책빨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도서관과 서점과 같은 책 읽는 장소에 자주 데리고 가주세요.


그런데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흔쾌히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 집은 몇 가지 정해진 코스가 있습니다.

자주 가는 광화문 교보문고를 갈 때는 건너편 고디바 아이스크림을 먹습니다.

겁나 비싸지만 이날만 특별히 허락합니다.

( •́ ̯•̀ )

덕분에 남매는 '교보 가자' 하면 발딱 일어납니다.

서점 가려고 일어나는 걸까요?

고디바 가려고 일어나는 걸까요? ㅎ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종종 갑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남매가 좋아하는 프레즐 가게에 들러서 아몬드치즈프레즐과 블루레모네이드를 양손에 쥐어 드립니다.

그래서 남매는 '알라딘 가자'라고 하면 '프레즐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든,

프레즐이 맛있어서든 서점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면 뭐든 좋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신나게 뛰어놀고 간식은 도서관 근처서 해결하고 지나는 길에 도서관에서 딱 책 한 권이라도 보고 오면 됩니다.


서점과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친하게 해 주세요.

미끼는 필수입니다.

미끼는 아이마다 다를 테니 엄마의 센스를 발휘해 보세요.




세 번째, 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과 함께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종종 아이들과 북카페 놀이를 합니다.

메뉴를 주문받아서 각자의 음료와 간식을 준비해서 원하는 위치에 배달합니다.

'손님, 주문하신 레모네이드와 과자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

아이들은 벌써 즐겁습니다.

그렇게 각자 원하는 음료와 평소 야박하던 과자를 듬뿍 줘가며 즐거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겁니다.

시간은 짧아도 됩니다.

분위기를 즐기도록 해주세요.

이 놀이의 핵심은 재미있고, 분위기가 좋아서 다음에 또 이 북카페에 오고 싶게 만드는 겁니다.

아이가 5분 만에 일어나면 쿨하게 말해주세요.

'다음에 또 방문해 주세요. '

˘◡˘

 

어설프지만 좋아하는 간식과 음료를 챙겨서 만든 우리 집 북카페

  

아이가 컸을 땐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며 책 읽을 수 있는 카페에서의 독서도 좋습니다.






이미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를 뒤늦게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려고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특히 화려하고 자극적인 미디어에 이미 노출이 된 아이라면 움직임이 없는 책은 그저 흰 종이에 검은 글자가 박힌 지루한 대상일 뿐이니다.

이런 아이들을 읽는 아이로 바꾸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SNS에서 말하는 비법이라는 것들을 일주일쯤 행해보고 얘는 왜 안 통하나 성을 내봤자 소용없습니다.


초등 때는 언제든 늦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는 읽지 않았지만 뒤늦게 책 읽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 여럿 봤습니다.  

(고3까지는 꾸준히 독서하던 수진이는 초등 때 책을 1도 읽지 않았답니다. 중학교 때 읽은 책 한 권이 재미있어서 이후 책에 빠져들었다고 했습니다. 공부도 중학교 때 처음 문제집을 풀어봤다던 아이는 정말 성실히 공부해서 당당히 sky에 합격했지요.)


아이들의 독서 습관은 인생책을 만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차이입니다.

내 아이가 인생책을 만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도와주시면 인스타 속 아이처럼 읽는 아이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장기 전입니다.

책에 빠져들 아이보다 먼저 포기하지 않으시면 머지않아 책 읽는 우리 아이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학 전투에 대비하는 결연한 전략 수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