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집에 무단침입한 버섯

뉘세요?

by 행복해지리



엄마 이게 모야?


자기 화분에 물을 주던 딸이 신기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버섯?


분명 전날까지 못 보던 녀석이다.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왔는지 알 길이 없다.

가깝게 산이 없으며 아파트만 있는 동네다.

게다가 우리 집은 21층이다.

버섯의 포자가 어찌 이곳에 침투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게다가 우리 집은 정남향으로 베란다는 낮에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곳이다.

지난주 내내 비가 내리고 해가 뜨지 않은 틈에 생명력을 발휘한 모양이다.



KakaoTalk_20230717_020932148_01.jpg 엄마 이게 모야?
KakaoTalk_20230717_020932148_03.jpg 안녕하세요
KakaoTalk_20230717_020932148_04.jpg 버섯이 신기한 따님




아이들은 버섯 이름이 뭐냐, 먹을 수 있는 거냐 분주히 물어오는데 어떤 사전 지식도 없는 우리 부부는 아는 게 없으니 묵묵부답 밖에 도리가 없었다.

답답했는지 스스로 버섯으로 이미지 검색을 시작했다.

역시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게 되는 것이지

찾아보니 농업진흥청에서 운영하는 버섯정보포털에 까지 가 닿았다.

이래서 궁하면 통한다 했는가 보다.



화면 캡처 2023-07-17 120642.png 농업진흥청 버섯포털 누리집 캡처




버섯이 균류라는 건 어렴풋 알고 있었지만 외생균근성 버섯, 활물기생성 버섯, 부생성 버섯류, 기주별 버섯 등 온통 처음 듣는 말들 뿐이다.

한 곳에서 버섯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본 건도 처음이라 버섯, 섯의 ㅅ 받침이 낯걸기만 하다.



내친김에 책까지 찾아보는 아이들.

이쯤 되면 아이들의 탐색을 응원하게 된다.



KakaoTalk_20230720_211156761.jpg
KakaoTalk_20230720_211159830.jpg
KakaoTalk_20230720_211153403.jpg
KakaoTalk_20230720_211158277.jpg
KakaoTalk_20230720_211155173.jpg



큰 성과는 없었지만 한바탕 버섯 대 탐사를 마치고 우리는 버섯과 하룻밤 동거를 했다.





그리고는 우리 집을 무단침입한 버섯을 쿨하게 방치하고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와보니 인사도 없이 그는 떠난 후였다.



그런데,

새끼를 쳤다.

무단점거 후 번식까지 진행하니 퍽 난감하다.


KakaoTalk_20230720_211748595.jpg



하지만 어떤 수단을 취하지는 않았다.

이들도 생명이니 그대로 두려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우리 집에 온 이상 잘 지내다가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설마 더... 늘... 어... 나지는.... 않겠지?




(첨언) 뒤늦게 제보에 의해 독버섯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노란각시버섯이라고 하네요. 제보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즉시 제거했습니다. 헉, 독버섯이었다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먹태깡 먹으니 생각난 먹태 아닌 황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