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먹태깡 먹으니 생각난 먹태 아닌 황태

그래 이 맛이야

by 행복해지리



떠들썩한 먹태깡을 먹었다.

유명세를 얻는 그 맛이 궁금했다.

내 평가는 포스틱 모양을 한 자극적인 과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물 영접한 먹태깡
미안해, 난 너랑 친해지기 어렵겠어.





계속되는 비에 집콕만 하다가 입맛까지 씁쓸해지니 진짜가 생각난다.

침대 밖은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먹태야 먹태야 어디 가야 맛있는 거니?

아니 아니 황태야 황태야 어디 가야 있는 거니?






사실 난 먹태보다는 황태파다.


우리가 알고 있는 먹태는 황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B급들이다.

원래 아래 사진처럼 노릿노릿한 색으로 곱게 말라야 했는데 따뜻한 날씨 탓에 색이 거뭇하게 변하면 먹태 또는 흑태라 부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먹태는 색만 변한 게 아니라 식감도 변해서 황태에 비해 식감도 부드러워져 오히려 본캐보다 인기가 좋다.

먹태 표면에 버터를 발라 에어프라이어로 굽거나 기름 없는 프라이팬에 덖어서 먹게 되면 간식으로 으뜸이다.

하지만 난 황태를 더 선호한다.

바삭하다 못해 결결이 부서져 버리는 건조한 황태를 청양마요소스에 찍어 먹으면 담백함이 맵싸한 짭조름함으로 몸을 부들부들하게 만다는 소스를 만나 입안에 들어오면 폭죽이 터진다.


이불을 떨쳐내고 나온 보람을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황태와 떡볶이를 포장해 왔다.

역시 집순이, 곱게 세팅을 하고 티비까지 켜고 쇼파를 등받이 삼아 기대고 앉으니 세상 편하다.

눅눅한 장마철 습도를 비웃듯 바삭하게 덖어진 황태를 소스에 찍어 먹는다.

다음에는 고추를 하나 올려서 먹는다.

술술 넘어가라고 맥주도 넣어준다.

아쉬워서 데려온 떡볶이는 분명 먹어본 맛이지만 그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역시는 떡볶이다.




먹태와 함께 마시려고 구입한 맥주는 소중하니깐 벨트를 매어드리고 출발
난 배운뇨자니깐 고추하나 올려서 먹어야지.
주인공도 아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떡볶이





행복이란 별 것이 아니다.

내 삶에는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화려함은 없다.

그렇다고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을 따라잡는 민첩함도 지니지 않았다.

소소하다 못해 무난하기만 한 삶이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그걸 즐기며 살고 있다.

황태가 그렇고 떡볶이가 또 그렇다.

오늘은 더블 행복을 누린 날로 기록한다.

(먹태깡이 날 행복으로 데려다 준 날이 되었다 ㅋ 고마워 먹태깡)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알고 보아야 사랑스럽다 능소화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