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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Oct 30. 2023

허벅지가 신났네

 


잘 입던 바지가 한 번에 들어가지 않는다. 

허벅지를 통과하지 못해서다.

바지를 살살 달래서 허벅지 구간을 겨우 통했다. 

입는 게 아니다. 

구겨 넣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 Ĭ ^ Ĭ )


겨우 입었지만 (구겨 넣었지만) 핏을 봐줄 수가 없다. 

보기 흉한 허벅지와 엉덩이를 덮어릴 롱 카디건을 장착하고서야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하루종일 거울이 보일 때마다 허벅지에 눈길이 간다. 


허벅지가 아주 신~났네 ㅠ



오호통재라

유비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다.

비육지탄이다. 

유비는 허벅지 살을 보며 헛되지 허송세월 보내는 자신을 탓했다 했다. 

나는 허벅지 살을 보며 운동 안 하고 입맛만 살아있는 것을 탓해본다.

가을이면 말이 살쪄야 하는데 왜 내가 찌고 있는 것인가.  


별 수 없다. 다이어트다. 


허나 그간 다이어트 결심이 어디 한두 번일까. 

작심삼일은커녕 하루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기를 반복해 왔다. 

어쩌면 성인 이후의 하루하루가 모두 다이어트였을지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약 올리기 선수를 하나 섭외했다. 

아들. 


아들아, 엄마가 운동으로 매일 링피트를 하려고 해. 
근데 혼자 맘먹고 하면 중도 포기가 분명해. 
엄마 링피트 하라고 잔소리 좀 해줘. 
3번까지 했는데 엄마가 링피트를 안 하면 너희들 게임시간 30분 줄게. 
엄마는 게임시키기 싫어서라도 운동할 거야 ㅋㅋ


섭외는 아주 적절했다. 

아들은 불필요하게 열정적으로 잔소리를 했고, 

얄미워서 링피트 미션은 이틀 째 성공이다. 

식사는 낮에는 평소 대로 먹었다. (어쩌면 더 먹을지도)  

하지만 저녁은 토요일엔 달걀만 (배고파서 세 개를) 먹었고, 일요일엔 귤 두 개를 먹었다. 

조금씩 아껴먹었더니 귤이 아니고 뀰이다. 

현재 시간 월요일 새벽 1시 30분. 

지난 저녁에 먹은 귤을 제외하고 공복시간 12시간째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온통 맛난 음식 생각뿐이다. 


하지만 더 이상 신난 허벅지를 지켜볼 수가 없다. 

허벅지가 시무룩해질 때까지, 

덩달아 후덕해진 뱃살이 사라질 때까지, 

덜렁거리는 팔뚝이 기세가 꺾일 때까지 다이어트다. 


제발 쫌. 

성공하자. 

청바지가 헐렁해졌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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