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오늘 못 온다고 했잖아?
기대돼요.
4교시 수업 시간, 아이들에게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다국적 기업의 공간적 분업에 대해 말하지만 부질없다.
내 목소리를 아이들 귓등에서 튕겨져 나오는 듯하다.
이들의 오감은 온통 후각에만 집중되어 있다.
모든 에너지는 두 다리에 집결하고 있으리라.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100m 달리기 결승전처럼 아이들은 오직 수업 종료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띠리링 띠' (아직 벨소링 반에반에반도 안 끝났지만)
우사인 볼트가 이리 빠를까?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교실문을 막차고 성난 소떼들처럼 급식실로 향하는 아이들.
나도 질 수 없으니 잰걸음으로 교무실로 향했다.
교과서를 던져두고 가장 먼저 눈 마주친 쌤과 급식실로 향했다.
품위 유지를 위해 뛰지는 못했으나 경보는 한 듯.
그리고 마주한 오늘의 히어로.
두둥.
잘 먹었습니다.
5교시 수업에 들어가니 우리 반 아이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점심 잘 먹었냐는 내 물음에 아이는 또 빙긋 웃어 보인다.
쌤, 완전 행복해요.
문득 반성이 올라온다.
의무감으로 구색만 맞춘 식사를 준비하는 나였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이 급식 한 끼에 행복을 운운하니 내 밥상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준비한 밥상에는 영양은 있을지 모르지만 감동은 없다.
결심해본다.
이제 밥상에 감동을 담자.
사랑과 정성을 담아 밥상을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