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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돈이 됩니까?

by 행복해지리


안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다.

그저 사서 고생 중이다.

덕분에 구내염으로 일주일 내내 롭다.


10월 25일은 아름다운 우리 섬, 독도의 날.

지리교사로서 이런 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 행사를 계획했다.


포스터 제작해서 플루터로 출력하고, 내 몸뚱이 만한 녀석들을 옮겨 종이테이프를 이용해 붙였다.

간식 구입을 위해서 품의 올리고 카드를 수령해 외출까지 달고 나가 구입했다.

(사전에 일찍 시작했으면 인터넷으로 구입해 배송받을 텐데 타이밍을 놓쳐 수고가 추가되었음.)

일주일 내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행사장을 오가며 아이들을 챙겼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예정되어 있던 일도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벌인일이다.

학교라는 곳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일을 한다고 해서 득 될 것이 없다.

잘한다고 칭찬받기보다 그런 걸 왜 하냐는 소리를 들는 곳이니깐.

(칭찬을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맞다 한들 그저 의자를 지키시는 교장 선생님 눈에 띌 일은 절대 없다.)

남보다 더 일하고 고생했다고 해서 10원 한 푼이라도 인센티브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 왜 하냐고?

내가 재밌다.

하고 나면 뿌듯하다.

교과서 구절이 아닌 가치 있는 일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내 보람이다



독도 글자 컬러링
독도사랑포스트잇을 작성하는 아이들
아이들과 행사하며 하나씩 채워나가는 벽면

독도의 날, 아이들의 독도 컬러링 작품



물론 사서고생하는 건 비단 이번 한 번이 아니다.

1학기 때는 아이들의 고등학교 입학 100일을 축하해 주고 싶어 새로운 뻘짓을 했더랬다.




지난 금요일.

남들 다 퇴근하고 나서도 난 가지 못했다.

그간 전시물을 정리하고 우수작을 선정해야 했다.

그렇게 혼자 동동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내게 와 물었다.


쌤, 그거 왜 해? 힘들게.


멋쩍은 웃음으로 '그러게요. '라고 말하고는 '근데 재미있잖아요. '로 마무리했다.

진심이다.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시킨 일만 하고 주어진 일만 하는 삶은 너무 무료하지 않은가.


인생의 질문은 왜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다.

무엇을 얻으냐 보다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중요하다.

돈이 안 되는 일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그게 재미있고, 그게 내가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아, 이래서 내가 맨날 돈이 없는 건가 ㅋ)



다음 주부터는 굳이 외부에서 따온 예산을 활용하여 우리 반 만의 학급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한다.

강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진행한다.

예산을 지원해 주는 단체에서 보내주는 에너지 관련 키트도 활용해 볼 예정이다.

다가오는 11월도 남보다 바쁘고 피곤하겠지만 새로운 일들이 있어 설레기도 한다.

풍성한 생기부를 작성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분이 좋은 요즘이다.


이런 게 그게 돈이 되나고?

안된니깐.

그저 소정의 보람과 대단한 피곤함이 남을 뿐이다.

´▽`

그걸로 됐다.




(제목사진출처: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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