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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Apr 24. 2024

로봇 공학자 데니스홍을 만나면 생기는 변화


엄마, 나 이거 신청해 줘.

라며 아이가 내민 것은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 데니스홍 박사님의 강연 소식이었다. 

오호라, 이렇게 좋은 강연이. 

게다가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의 무료 강연.

놓칠 수 없지.  

신청 날짜를 스마트폰 달력에 표시하고 알림 설정, 추가로 당일 알람이 울리도록 저장까지 하며 단디 준비했다. 

당일 아침까지도 잊지 않고 10분에 신청 모드 완료, 했는데. 

모르는 문제 물어보러 온 아이와 이야기하다가 신청 오픈 시간을 넘기고야 말았다. 

으악. 

부리나케 확인하니 이미 총 300명 중 270명 신청. 

30자리 남았다는 안심도 할 틈도 없이 나와 아이들 몫을 신청하고 나니 곧 마감. 

겨우, 하지만 무사히 신청 완료. 




안녕하세요 여러분, 데니스 홍입니다. 

박사님의 강연은 시종일관 에너지가 넘쳤다.

어떻게 하면 자기가 업으로 삼고 있는 일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  

강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들어도 흥미로운 로봇에 대한 이야기 + 창의력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조언 + 아이들의 호기심을 지켜주고 발전시키는 부모의 태도 등에 대해 물 흐르듯 이어졌다. 

특히 박사님의 자녀, 이산 군이 어려서부터 지금껏 어떤 활동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셔서 학습에 관심 많은 엄마로서 큰 자극이 되었다. 



Never lose that "SPARK" in your eyes!

박사님 말씀 

→ 호기심은 창의력의 시작이다

→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잃지 않도록 호기심을 존중하고 더욱 발전시켜 주자.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라면 빠지지 않는 나. 

평소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려 노력하지만 과학적 호기심을 풀어주는 것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초등 남매가 언제나 과학관,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비법은 ▼ 아래에)


허나 강연을 들으며 생각하니 태도가 문제였다. 

어릴 때는 호기심에서 발현되는 모든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줬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점차 질문들이 귀찮아진 것이 사실. 

아이들의 질문이 점차 어려워지니 아는 것이 부족해서 또는 방법을 몰라서 외면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한없이 반짝이던 아이의 눈빛은 어느새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음 느끼던 요즘이었다. 

지금이라도 호기심이 사그라들면서 점차 반짝임을 잃어가는 눈빛을 다시 살려줘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른다. 



엄마, 민들레 홀씨를 심으면 정말 민들레 꽃이 필까? 


때마침 도착한 호기심 질문.

강연 전이었다면 '피겠지. '라고 대답하고 빨리 상황을 모면했을 터. 

하지만 난 이미 데니스 홍 박사님의 인사이트에 잔뜩 바람이 들어있는 상태. 

궁금하면 직접 경험으로 체득해 보자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민들레 홀씨를 심어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도 신나서 동의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야지. 

민들레 홀씨는 찾아서 우리집 화분에 심어주자.

허나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한다.

봄이면 어디에나 흔한 민들레 홀씨가 그 순간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필 우리가 서 있던 곳은 시내 전통시장 골목길 안이었기 때문이었을게다.  

아스팔트 틈바구니에서 생명력을 피워낸 노란 민들레 딱 한 송이를 제외하고 솜털 가득 민들레 홀씨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럼 아파트 화단을 찾아보자 했지만 이날 따라 바람이 강해서 인지 민들레 홀씨를 구경하기가 참 어렵더라.

그래서 다음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화단에서 겨우 몇 가닥만 붙어있는 민들레 종자 발견. 엄지와 검지로 붙잡아 둔 딸아이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 

다음날 점심을 먹고 건물을 돌며 광합성하던 내 눈에 들어온 건 바로 한 무리의 민들레 홀씨. 

이 정도면 충분히 새싹을 피워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냉큼 줄기를 꺾어버렸다. 

그리고는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종이컵에 넣고 → 입구를 냅킨으로 덮어서 → 고무줄로 고정하고 집으로 모셔왔다. 


 





그날 저녁. 

그동안 보기만 하면 후~ 불어버리기 바빴던 민들레 홀씨를 관찰도 하고, 이렇게 바람 풀어서 열매 맺는 식물을 풍매화 (반대로 곤충의 도움을 받으면 충매화)라 부른다는 사실도 찾아보며 물들어 온 김에 힘껏 노젓기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나서 드디어 민들레 홀씨에 붙은 종자들을 화분에 흩뿌려주었다. 

그런데 바람에 날아가서 흙 위에 내려앉아 뿌리를 내리는 식물이니 흙을 덮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덮어주지 않으면 과연 잘 자라려나 걱정이 되더라. 

고민끝에 우리는 반띵 하기로. 

반 정도는 흙 위에 내려놓고 물을 주고, 반 정도는 흙을 살짝 덮어주고 물을 주었다

과연 이 종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혹시 한꺼번에 많이 뿌리고 심어놔서 민들레가 무섭게 자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시토리, 여토리라고 이름 붙은 나무는 3년 전 도토리를 심어놓은 참나무과 나무입니다. 이제는 자연에 심어줘야 할 거 같은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좁은 화분에서 자라고 있어요.




 

강연 전 박사님의 책 '로봇일레븐'을 읽는 따님/ 아이와 눈맞춤하며 이름을 물어봐주시는 박사님



강연을 듣고 온 이후, 아이들은 틈만나면 박사님의 연구팀 로메라에서 개발한 로봇 영상을 찾아본다. 

작동 원리나 과학적 지식은 묻지 않는다. 

그저 로봇을 신기해하고, 관심을 갖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분야든 호기심을 갖고 알고 싶어 하면 그땐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주겠노라고 다짐한다. 


아이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 차 끝없이 반짝이도록 돕자. 

그것이 데니스 홍 박사님의 강연을 들은 후 욕심 많은 엄마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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