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얄궂게 밤에만 심해지니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벌써 이틀을 잠을 설쳤더니 피로감에 구내염까지 심하게 왔다.
집에 있는 종합감기약을 먹고 버텨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어서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증상을 말하고 여러 질문에 답하고, 구석구석 들여다본 선생님이 감기가 아니란다.
알레르기 증상으로 재채기 대신 목구멍에서 반응해서 마른기침을 해댄 것이라는 것.
것도 모르고 실속 없이 감기약만 먹었으니 당연히 차도가 없었던거다.
처방전을 받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과 입구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약국으로 가려했는데 제법 줄이 길었다.
곧바로 딸아이를 픽업하러 가야 해서 줄 서기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컨디션도 많이 좋지 않고 구내염도 심해서 수액을 좀 맞고 가라는 것을 시간에 쫓겨 물리치고 나온 길이었는데 여기서 시간을 뺏길 수는 없는 노릇.
재빨리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1층 약국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을 벌었구나 싶어 안심하며 처방전을 내밀었더니 약사님이 난감해하셨다.
처방된 약 중 특정약이 이 약국에 없고 대체할 약도 없다는 것.
처음 갔던 4층 약국이나 길 건너 약국에 가보란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처음 발걸음을 돌렸던 약국에 가는 건 왜인지 모르지만 지는 기분이 들어서 길 건너 약국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가장 사람이 많은 약국임을 알면서도.
역시나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기왕온 거 빨리 약 받아서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처방전을 내밀고는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겨우 내 차례가 되었는지 이름을 불러 가보니, 또 약이 없단다.
그럴 거면 빨리 말해주지 시간을 10분이나 지체하고 알려주니 약이 올랐다.
터덜터덜 처음 들어가 보지도 않고 발길을 돌렸던 4층 병원 옆 약국에 가서 겨우 약을 받아왔다.
괜스레 잔머리 굴리다가 아까운 시간만 흘러 보냈다.
아이는 길바닥에서 기다리고 있고.
꾀부리지 말자.
순리대로 조금 기다렸으면 벌써 아이를 만났을텐데.
몬테레진정이 날 진정시켜 주는 약인가 보다
참 약 받기 어려웠던 오늘.
그만큼 효과가 있으려나 쓸데없이 또 요행을 바란다.
그 정도로 오늘은 기침 없이 푹 잤으면 좋겠다다는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