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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니는 누구인가요

이 맛에 교사합니다.

by 행복해지리

2학년 교실 수업이 좋습니다.

작년에 담임했던 아이들, 1년간 수업해서 정든 아이들이 각반에 삼삼오오 흩어져 있으니 어딜 가도 눈길 가는 내 새끼들이 있거든요.

오늘은 병가로 못 나오신 선생님을 대신해서 2학년 6반 교실에 임장지도를 갔습니다.

교실을 순회하며 자습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핑계 삼아 콕콕 찔러가며 장난을 걸어봅니다.

배시시 웃어주는 아이들.

눈빛만 주고 받아도 정이 오갑니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를 듣고도 일부러 밍기적거리며 시간을 벌었더니 금세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고등학교 2학년, 입시 한복판에 서 있는 아이들은 부담이 덜했던 작년이 좋았다며 신세한탄을 하더니 은근슬쩍 제 사탕통을 털어가는 것도 잊지 않고요.


"선생님, 머리 스타일 바뀌니깐 하니 같아요 "

다른 반 교실에서 선택 과목 수업듣고 교실로 들어서는 민경이 말이니다.


"너네도 달려라 하니를 알아? "

자그마치 30여 년 전인 80년대 후반 TV 만화 달려라 하니를 아는 07년 생이라니 반갑더군요.


"아니요, 뉴진스 하니요. "

아, 뉴진스

그룹은 들어는 봤지만 멤버들은 모릅니다.

그래도 걸그룹 멤버랑 비교해 주니 그저 고마워해야죠.

뉴진스 하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검색해 보는 건 나중 일입니다.

하니는, 제게는 달려라 하니고 아이들에게는 뉴진스 하니인 거만큼 다른 세대임에도 낄낄낄 웃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맛에 교사로 삽니다.


교무실에 돌아와 뉴진스 하니를 검색해 봅니다.

그리고 괜스레 미안하네요.

그녀와 저의 공통점은 같은 '사람' 정도인 듯합니다 ㅋㅋㅋ






(제목사진:달려하니 유튜브 영상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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