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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Jun 13. 2024

고봉밥 수업



휴우~ 휴우~

밭은 숨을 쉰다.  

숨을 참아가며 우다다다 말을 쏟아내느라 몰아쉬는 것이다.


!

종소리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 속도는 올림픽 100m 경기 출발 신호에 맞춰 튀어오르는 우사인 볼트 급이다.

3초 남짓한 전체 종소리 중에서 겨우 띠(리리리 띠리리리리)만 듣고도 재빨리 책을 덮어버리고 필기도구를 정리한다.

아직 마무리 못한 설명 남 건 교사 입장 아이들은 알바 아니다.

다급하게 아이들은 붙잡아본다

'얘들아 30초만'

구차해라.

그래도 별 수 없다.

억지로 잡아놓은 아이들을 향해 숨을 참고 말을 쏟는다.

아이들은 이미 수업에 대한 의지가 차갑게 식어버렸는데 (애초에 없었을지도) 교사 혼자 애가 끊는다.

냉정과 열정 사이 미적지근한 30초.

중요한 부분을 한번 더 언급하고 강조하고서 겨우 엉덩이만 붙이고 있던 아이들을 놓아주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진로에 맞는 과목을 수강하도록 권하는 것이 고교학점제다.

때문에 요즘 고등학생은 과목마다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대학생처럼.

대학생은 공강이라도 있지만 요즘 고딩들은 7시간의 수업을 매시간 메뚜기처럼 자리를 옮겨야.

고작 10분도 편히 쉬지 못한다.

그런데 종이 치고도 하고 싶은 말을 더 떠들어댔으니 짧고도 귀한 시간을 뺃은 셈이다.

기어이 입이 좀 나온 듯한 민지가 다가와 한마디 하고 갔다.


쌤, 고봉밥 수업을 하셨네요
완전 꾹꾹 눌러담으셨어요

ㅋㅋㅋ

미안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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