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짙게 바르고
립스틱 눈치가 보여서 출간계획안을 작성했었던 여름을 지나 운명처럼 지금의 출판사를 만나 출간하게 되었다.
분명 당시에는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현생과 병행하는 교정 과정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경험하는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책 제목을 고르고, 표지를 결정할 때까지도 내내 현실감없이 부풀기만 했었다.
그런데, 막상 결과물이 보이기 시작하니 뒤늦게 불안이 엄습했다.
출간이라니.
서점에 정말 책이 나온다니.
그럼 누가 내 책을 사주지?
과연 내 책이 팔릴까?
수만, 수십만 세를 이루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쓴 자녀교육서가 쏟아져 나오는데, 무명의 나는 과연 명함이나 내밀 수 있을까?
아무리 입시 최전방에서 20년을 경험하며 얻은 찐조언이 들어있다 한들 책이 읽혀야 그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텐데.
아쉽고 답답했다.
본디 소심한 사람이라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미루고 인터넷 서점 책 지수를 보는 것을 우선할 만큼 책 판매에 일희일비하게 되었다.
알리고 싶었다.
모두가 1등을 향하는 경쟁적인 공부 말고, SNS에 사는 유니콘들과 내 아이를 비교하느라 힘 빼지 말고, '나는 할 수 있다' 긍정적인 공부 정서를 지낸 채, 아이 하나하나 각자의 꿈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존중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원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것을 책 속에 차곡차곡 담았고, 알리고 싶은데, 인지도 때문에 세상에 전달되지 못할까 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립스틱을 바를 수 있겠구나
블로그 글만 보고 (불발되었지만) 스치듯 건넨 출간제의에 설레발치며 떠벌렸던 나
그런 나를 응원하며 강연할 때 쓰라고 립스틱을 선물했던 그녀
제안이 사라지고 립스틱만 남아서 립스틱 눈치를 보며 써 내려간 출간기획안
덕분에 출간으로 이어졌으니 립스틱이 출간에 대한 지분을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나 고민하며 여적 뜯지 못한 선물 포장을 지그시 노려보고 있을 즈음이었다.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책 속에 묻혀서 빛을 보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던 내게, 램프를 문질러 요정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듯 구원의 손길이 도착했다.
교육 인플루언서 이은경 선생님의 슬기로운 초등생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게 된 것.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했고 촬영날 아침, 드디어 비장하게 립스틱을 뜯었다.
방송은 12월 19일 오전 9시에 업로드될 예정
책 속에 묻힐 뻔한 메시지를 방송의 힘을 빌어 세상으로 꺼내 보인다.
긴장한 탓에 자주 동공이 방향을 잃고, 습관적으로 턱을 쳐들며 이야기하고, 준비한 것을 떠올리느냐 다소 눈을 희번덕거리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여러분 저 유튜브 출연했어요
아들아 딸아 엄마 유튜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