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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차 Dec 16. 2020

소셜 딜레마: 문제가 뭐야?

The Social Dilemma (2020)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당신이 상품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스냅챗…. 200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되어 있는 소셜 미디어 앱들은 무엇을 놓고 경쟁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관심이다. 소셜 미디어는 잘 설계된 개인화 알고리즘과 도파민을 자극하는 심리적인 보상 체계, 불특정 다수와의 상호작용, 주의를 빼앗는 푸쉬 알림 등을 무기로 당신을 붙잡아 놓으려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소셜 미디어는 유토피아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창작자들의 의욕을 더욱 불타게 한다. 다수의 개인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는 없었다. 이런 커다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셜 딜레마'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과 구글 서비스를 만들고 디자인하고 공급하던 사람들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앱을 만든 사람들이 당장 그 앱으로부터 멀어지라고 이야기한다.

사진: IMDb

다큐멘터리는 소셜 미디어가 주의력을 빼앗는다는 문제에서 시작한다. 모든 앱이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동작이 있는데, 바로 새로고침이다. 화면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무작위의 보상이 발생한다. 사용자는 다시 새로운 피드에 빨려들어간다. 이를 행동심리학에서는 '간헐적 정적 강화'라고 한다. 슬롯 머신의 원리와 정확히 같다. 레버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무작위의 보상이 발생한다. 사용자는 간헐적인 보상에 목매어 머신 앞을 떠날 수가 없다. 우연일까? 아니다. 그렇게 설계된 거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설계한 덫이다.


나는 상품이다. 내가 앱에서 시청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기록된다. 구글은 당신의 쿠키를 수집한다. 구글은 당신의 결혼 여부, 수입 수준, 주택 소유 여부, 관심사와 음악 취향을 안다. 클릭 한 번이면 확인해 볼 수 있다. (구글 개인 최적화) 내 활동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는 내게 광고를 띄우는 데 사용된다. 유튜브에서의 시청 기록은 그 유명한 '알고리즘'을 통해 내게 다음 영상을 끝없이 추천한다. 내가 최적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일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유튜브에게 더 중요한 것은 광고주에게 간접 제공할 당신의 데이터다.


도구라는 것은 쓰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습니다.
뭔가를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도구가 아닌 거죠.


인스타그램이 개인의 고유한 행복을 해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인스타그램은 우리를 비교 속으로 몰아넣고,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살게끔 만든다. 가상이 현실을 압도한다. 피드를 올리면 좋아요 수를 확인하게 되고, 스토리를 올리면 누가 조회했는지를 알아보게 된다. 앱이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SNS가 발달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미국에서 자해를 시도해 입원한 10대 소녀의 수는 거의 3배가 늘었다. 자아가 불안정한 나이대의 우울증과 불안이 증가했음을 알려준다.


구글 출신의 트리스탄 해리즈는 말한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비평에 관심을 갖도록 진화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1만 명의 비평을 인식하도록 진화했나요? 우린 5분마다 한 번씩 사회적 인정을 받도록 진화하지 않았어요. 우린 그런 걸 감당할 수가 없다고요."


보통은 좋아요와 팔로우로 만들어지는 보상 체계를 '인정 욕구'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내가 인정욕구를 채우기 위해 계속 피드를 올리고 있구나.' 그렇지 않다. 시스템의 내부에는 사람이 아닌 AI가 있다. 우리가 인공지능에 지배당한다고 할 때 떠올리는 모습은 두려운 미래의 것이겠지만, '소셜 딜레마'는 이미 그 지배가 지금, 여기에 와 있다고 말해준다. 개인의 의지 vs 슈퍼 컴퓨터 + 거대한 데이터.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소셜 미디어는 내가 보고 듣는 것을 결정한다. 우리가 보는 정보를 시스템이 통제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이다.

사진: IMDb


점진적이고 미세하며 의식할 수 없는
행동과 인식의 변화가 바로 상품이다.


행동과 인식의 변화. 단지 주의력을 뺏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SNS에 의해 그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채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조작된 것이다라는 음모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 민주당 인사들이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아동 성착취를 저지르고 있다는 '피자 게이트'까지.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믿고 프로파간다에 의해 부추겨지며, 집단 행동으로 이를 표출하기도 한다. 과거 TV 채널에도 프로파간다는 있었다. 그러나 SNS는 점점 더 편향적인 정보만을 그 사람에게 제공함으로써 내가 아는 것이 완전한 진실이라고 믿게끔 만들고, 반대되는 의견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고 더 큰 정치적 양극화를 불러일으킨다.


같은 앱을 열지만 당신과 나는 전혀 다른 피드와 광고에 노출된다. 팔로우하는 목록이 비슷할지라도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나는 내 삶을 정당화해주는 조작되고 편파적인 진실만을 마주할 수 있다.


사진: IMDb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실제의 회복이다. 실제의 회복은 매트릭스의 자각과 주의력의 회복, 오감으로 느껴지는 삶으로의 회귀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소셜 딜레마'의 인터뷰어들은 다양한 조언을 건넨다. 나는 앱을 만들었지만 내 자녀들에게는 고등학생 때까지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했다. 침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푸쉬알림을 끈다. 반대되는 의견을 팔로우한다. 공유하기 전에 진실인지를 숙고한다. 지나치게 감정을 자극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경계한다. 앱을 삭제한다.


'소셜 딜레마'는 소셜 미디어가 디스토피아이자 유토피아라는 뜻이다. 잘 활용한 SNS는 퍼스널 브랜딩의 채널이 될 수도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를 집행해 내 사업을 키우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을 지구 건너편까지 손쉽게 알릴 수도 있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자. SNS는 나의 도구인가? 내가 바로 그들의 상품임을 알고 있는가? 오늘은 몇 분의 시간을 소셜 미디어와 맞바꿀 것인가?

소셜 딜레마: 중독과 가짜 뉴스에 시달리는 현대사회. 실리콘 밸리 전문가들이 용기 내어 경고한다. 자신들의 창조물, 소셜 미디어를 주의하라고.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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