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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풀 Nov 25. 2022

수직과 수평의 색에 흠뻑 잠기다

프랑코 폰타나 전시 리뷰





프랑코 폰타나는 1960년대 초반 일찍이 컬러 필름을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색을 뿜기 시작했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해 노이즈가 쉽게 잡히게 표현, 마치 회화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1960년대는 흑백 필름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었기 때문에 그의 도전은 더욱더 눈에 띈다. 이번 전시의 이름이 ‘컬러 인 라이프’인 점에 집중해서 전시를 감상한다면 일상을 관통하는 그의 시선의 독특함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 4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져있다. 각각 자연, 도심, 사람, 도로를 중심으로 피사체를 설정한 프랑코 폰타나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시는 온통 색으로 가득하다. 노루페인트가 제공한 팬톤 페인트의 색상이 더욱 더 다채로운 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벽마다 테마에 맞는 색을 끼얹어 프랑코 폰타나의 색채를 더 돋보이게 만든 공간 기획이다. 마이아트뮤지엄의 공간은 보통 대형 미술 전시가 진행되는 공간으로 미술품이나 회화를 주로 기획한다. 작품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공간이 크면 작품이 오히려 묻히거나 단조로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번 전시는 천장부터 바닥을 덮은 색에 흠뻑 잠겨 감상할 수 있어 단조롭거나 지루할 틈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의 감상 포인트는 흡사 몬드리안이나 칸딘스키의 회화를 연상하게 하는 수직과 수평의 나열이다. 특히 랜드스케이프에서는 바다, 하늘, 빛 등을 활용해 자연을 선으로 분할하는 수직, 수평적인 균형감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파도와 하늘의 기막힌 경계를 포착한 사진 앞에서 관람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오랜시간을 멈춰있었다. 


그리고 이 균형적인 연출에 기여하는 것이 그림자와 빛이다. 실제로 폰타나는 이를 존재와 부재를 뜻하는 빛과 그림자, 실루엣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한 ‘프레센자 아센자’ 시리즈로 설명하고 있다.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은 어반스케이프 영역이다. 어반스케이프는 전세계 도시의 모습을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많이 접했던 강렬한 보색 대비의 작품이 보였다. 어반스케이프에서 특히 돋보이는 프랑코 폰타나의 능력은 프레이밍이다. 일상의 찰나를 마치 하나의 그림처럼 잘라내 들여다보는 시각이 탁월하다. 사진은 빌딩, 하늘, 그림자 등을 이용해 언뜻 보면 마치 합성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은 교묘하게 크롭된 하나의 순간임을 알게 된다. 




폰타나는 이렇게 관객을 사진 안으로 초대한다. 폰타나의 작품을 보며 감탄을 터뜨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폰타나가 프레이밍한 장면은 순간 그 자체다. 그 도시, 그 곳을 찾아간다 한들 그가 바라본 시각을 완벽하게 가져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일시적인 모습. 실제로 그 도시, 그 장소를 지나간다고 한다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풍경을 담았다. 



폰타나가 채집한 일상은 다채롭고 특별해 보인다. 우리 모두가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그 특별함을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소수의 사람들일 것이다. 폰타나는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자신만의 특별한 시각을 공유한다. 그리고 폰타나는 일종의 팁을 주기도 한다. 


“풍경을 이해하려면 당신은 풍경이 되어야 하고, 풍경은 당신이 되어야 한다”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는 2023년 3월 1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 







위 글은 아트인사이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2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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