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말 밴드, 행복회로 부수는 중
음악에 시간이 담긴다는 표현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다.
나노말의 음악들은 장난스럽고 유쾌하다. 그리고 그 어딘가에 작은 우울감이 파편처럼 박혀있다.
이번 앨범 [행복회로 부수는 중]에는 나노말 밴드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노말은 [행복회로 돌리는 중], [행복회로 터지는 중], [행복회로 불타는 중]을 발매하며 세상의 행복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로 노래해왔다.
앳된 목소리의 보컬이 노래하는 가사들은 그리 달콤하지는 않다. 솔직하고 찌질하고 어둡고 잔혹한 누군가의 본심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본심은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생각과 감정이다.
밴드의 이름인 나노말(not normal)과는 상반되게 이들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정들로 노래를 꾸려나갔다.
낫 노말은 그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우울하고 찌질한 내 모습을 축 처진 멜로디와 단조로 표현하는 것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신나는 비트나 톡톡 튀는 전자음 사이에 숨기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나노말은 그런 변곡을 해낸다. 사람은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옳게 들여다 봄을 기피하니, 영리한 접근이다.
대표곡 우주미아는 시티팝을 떠오르게 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시작한다. 저기 어딘가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에도 가사는 그 우주에서 버려진 미아가 된 자신을 설명한다.
난 언제나 무섭고, 바보 같고 비겁한 사람이라는 고백도 잔잔히 이어진다. 누군가가 우주 속에서 나를 잃어버렸는지, 내가 우주 속에서 나를 잃어버렸는지 그 과정에 대한 상상이 슬픔을 보탠다.
나노말이 지금껏 낸 모든 앨범에는 사탕이 등장한다. 이번 앨범 커버는 노란 구석에 빨간 사탕이 깨져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노란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나노말이었습니다. 다음 나노말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