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 버섯의 모든 것
얼마 전에 집에서 키우던 식물에 출처 모를 버섯이 하나 자란 적 있다. 조그만 갓이 흙 속에서 비죽 튀어나왔다. 어라 저게 뭐지. 반나절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버섯은 쑥쑥 자라서 줄기 한마디 정도의 길이가 됐다. 버섯과의 동침은 하루 만에 끝났다. 식물의 양분을 앗아갈 수 있으니 빨리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는 주변 식집사들의 추천에 제거하려고 했으나 이미 그 버섯은 말라버린 후였다. 버섯의 착지 실패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날 대체 이 버섯은 어디서 왔고 어쩌다 여기에 뿌리를 내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잠시 했다. 그리고 곧 관심사에서 사라졌지만... 그래도 잠시 인연을 맺으러 왔던 버섯을 생각나게 하기엔 충분한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버섯의 독립선언문으로 시작한다. 식물에 속하지 않고 동물도 아니며 그저 버섯이라고 소리치는 화려한 독립선언문. 식물과 동물과 달리 균류는 화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그 역사를 돌이키기 어렵다.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존재와 정체성을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버섯균 달력이 8억 6천만 2026년이 될 때까지 버섯의 독립선언문이 나오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버섯은 이 역사와 영향력을 이야기하기 위해 세계관을 직접 만들어내고 독자들을 초대한다. 필자는 버섯이며 버섯의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버섯의 서술로 시작한다. 버섯은 곰팡이, 효모 등 다양한 곳에서 출발한다. 그야말로 버섯은 어디에나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한 챕터의 선언처럼 단지 보이지 않을 뿐 어디에나 있다.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피어오르는 곰팡이나 어디서 생겨난지 모를 초파리처럼.
필자인 버섯은 균근을 자유와 평등이라는 말로 수식한다. 곰팡이들이 쳐놓은 그물이 나무를 돌보고 나무는 포도당을 만들어 곰팡이에게 다시 공급한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상호보완적인 관계. 어지럽게 얽혀 있는 땅 아래의 세상을 인간들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버섯 때문에 나무가 죽고 버섯이 '기생'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잣뽕나무버섯 씨는 이렇게 말한다 "주로 산림관리자나 목수들은 (버섯이 나무를 망친다고) 그렇게 말하죠. 하지만 이건 다르게 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끼나 지렁이들처럼요." 궁금했던 질문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답변이었다. 버섯은 나무를 분해해 부식토를 만든다. 그리고 그 부식토는 다른 식물들이 자신의 몸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자연의 시작인 셈이다.
책을 덮을 때쯤 되면 버섯은 더 이상 흙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사라진 이상한 존재가 아니게 된다. 나의 화분에서 하루 만에 나타났다 사라진 그 이름 모를 버섯 역시 실패한 착지가 아니라 수명이 하루였을지도 모르지...아주 잠깐 이 세계를 스치고 간 하나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p.s 참고로 나는 미스 버섯 유니버스에 참가번호 10번. 부채버섯에게 한 표 행사하겠다. 사유는 그녀(그, 그들)이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빛날 수 있어요. 기회만 잘 찾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