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의 일기장에게

by 눈부신

A에게


우리 항상 통화하던 자정이 가까워오면 헛헛한 마음을 흘려보낼 수 없어. 누군가 나의 안녕을 묻고 조잘조잘 하루 일을 답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쓸쓸한 일인지 이제 알았어. A에게 이야기할 수 없으니 나는 편지라도 쓸 참이야. 이 편지가 언제 가닿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훈련소는 어때, 잠은 잘 잤어? 나는 A의 말이 아른거려서, 점심을 먹고 봉은사에 다녀왔어.


그곳은 붉은 매화와 흰 매화, 진달래, 산수유로 가득했지만 오고 가는 어르신들이 올해는 꽃이 많이 없어서 작년보다 별로네, 하시는 이야기를 들었어. 꽃들에게 귀가 없길 바란건 오늘이 처음이야. 바짝 가까이 다가가 그런 말은 마음에 두지 말라고 속삭였어. 해도 너희들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나는 제나처럼 놀라고 말았다고.


이상하지. 밋밋한 겨울 다음, 신록도 건너뛰고 이런 화사한 꽃부터 내보인다는 게. 바짝 마른 나뭇가지 안에 이런 반짝이는 색들을 품어놓고 한 더미의 시간을 솎아냈을 거야. 맑게 핀 매화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어. 너희들은 피는 것도 지는 것도 그저 모두가 기쁘겠구나.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할 A에게 너무 별나라 같은 이야기일까? 늦은 봄에 태어나 누구보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니, 부디 건강하기만을 바래. 우리 함께 걸을 4월 어느 날을 기다리며,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