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여행을 기록하는 마음

by 눈부신

A에게


날은 좋지만 나는 별로인 아침이야. 빨래를 하고 물때 청소를 한 다음, 봄맞이 대청소는 가붓히 4월의 내게 미루기로 했어.

어떤 경험은 그 소용돌이에서 멀리 달아났을 때 비로소 정리되고 기억될 수 있어. 인생에서 벌어진 최선과 최상, 조금은 꿈같고 모든 것은 완벽했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너무도 생생했고 격양됐고 막연했으니까. 이제 한 계절이 지나간 지금, DDP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 앉아 감감히 지난 겨울을 떠올렸어.


기억들은 종종 일상 어느 장면에 찾아와 나를 흔들어 두기도 했지만, 나는 이 감정들이 조금은 가라앉길 바랬어. 그래야 꽤 괜찮은 글을 쓸 것이라 생각했거든. 얼마나 멋진 시간을 보냈는지, 얼마나 눈부셨는지. 이미 저만치 흘러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그데 지금, 아마도 지금이라면 우리 사이 충분히 관망할 거리가 생긴 거 같는 생각이 들었어.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면 여행에 관한 글을 다시 쓰기로 다는 거야. 약속했던 대로 책도 읽고, 마음의 양식을 채워나가기로 했어.


나의 일기장이던 A가 없으니 모든 글들이 길어. 보고 싶어. 편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