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어? 식사는 괜찮은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각별히 힘든 일은 없었는지.
군복을 입고 갈색 모래가 이는 어딘가에서 제식훈련 할 모습 같은 것을 상상하다보면 아득히 현실감 없는 일들이 A에겐 현실이 되었구나 생각해보기도 하고, A라면 그 순간에 충실하고 있을 모습도, 가끔은 내 생각에 잠겨 멈춰있을 모습도 떠올려보곤 해.
난 오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만 있었어. 물 먹은 솜처럼 가라앉는 컨디션에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꽃을 다듬고 저녁을 먹은 후에 따뜻한 차 한잔을 우려 자리에 앉았어.
감정의 환기를 하고 싶었는데 나가는게 너무 싫더라. 상황에 자신을 탓하고 웅크리려 하는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이게 나인걸. 부러 무슨 척하는건 이제 지쳤어.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 것도, 슬픔 속에 부유하는 것도 지쳐가.
A와 이야기 나누던 까만 밤엔 모든 것들이 까맣게 흩어져 잊혀지곤 했는데, 매일밤 꾹꾹 눌러 쓰인 글들은 자꾸 귓가에 맴돌아 머물고 있나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려. 내게 피어나는 생각들을 회피하고 싶지 않으니 이렇게 흠뿍 잠겼다 깨어나는 것 말고, 조금 더 건강한 방법을 찾아야 할거 같아.
내일은 훈련소에서 맞는 두번째 주말이구나. 우리 볼 날이 머지 않을거 같아 기뻐. 부디 건강히 지내줘. 나도 최선을 다해 안녕할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