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가지지 못한 것을 정성껏 이야기하는 일들

by 눈부신

A에게


어디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이제 총알도 만지고 화생방 훈련도 하고, 흙먼지가 이는 바닥에 누워 철조망도 넘나들고 그러려나?


난 오늘 가고 싶던 책방에 다녀왔어. 서점의 작은 뜰에 어여쁜 자목련이 피었으니 저녁에 모여 이 꽃구경을 하자는 거야. 봄과 관련된 책, 영화, 드라마 이야기를 곁들이고 와인도 한잔 함께 하자고 했어. 아침부터 두통이 심해 가기 전까지 많이 고민는데 다녀오길 잘했어. 일면식 하나 없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거든.

그곳에는 책을 쓰시는 작가님과 일러스트 화가님, 환경 운동가, 제로웨이스트 카페 사장님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다양한 나이대로 있었어. 몇을 빼곤 서로 안면이 있는 분들이라 나는 무언가 작은 사랑방에 초대받은 듯,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어.


작은 다과를 앞에 두고 오가는 랜덤한 이야기들 나는 찬찬하게 듣고 또 들었어. 관심이 있기도 없기도 한, 하지만 사랑이 잔뜩 묻어있던 이야기들. 반짝이는 보석함에서 조심스레 꺼낸, 누군가의 애정 어린 취향과 감상은 실로 오랜만에 듣는 것이었어. 요즘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보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정성껏 이야기하곤 하니까.


예정된 시간을 한 시간이나 훌쩍 넘기고 즉흥적으로 독서모임에도 나오기로 했어. 로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일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A 없는 나의 하루가 저물어가. A는 오늘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까? 스무 하루 동안 듣지 못한 이야기는 우리 만난 뒤에 꼭 천천히 전해주어야 해.


그럼 내일도 편지할게.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