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 어째서 오늘은 편지 출력을 안 해주셨을까? 훈련이 많이 바빴으려나?
난 오늘 도자기 첫 수업을 다녀왔어. 손성형 수업으로 핀칭 기법을 배웠는데, 한마디로 도자기를 "빚어" 올리는 방법을 말해. 3시간 동안 작은 컵 4개를 만들면서 얼마나 집중했는지 몰라. 두께는 일정하고 모양은 너무 벌어지지 않게.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끌어올려 뭉친 곳 없이 일정하게. 섣부르지 않게, 그래서 균열이 생기지 않게.
흙을 만지며 최근 읽었던 책의 어느 구절이 생각났어.
춤을 보는 관객이 저마다 춤추어본 경험을 가진 세계. 예술과 이토록 가까운 삶.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핸드메이드 도자기를 보며 비싼 가격만 무심히 넘겨보던 내가, 이 심플한 표면 아래 애정과 손길을 더듬어보는 사람이 됐어. 도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저마다 도자기를 빚어본 경험을 갖고 있다면 식사 시간에 감사할 일이 하나쯤 늘어날지도 몰라.
나는 이런 것들이 삶과 맞닿아있는 작은 예술이라고 생각해. 이들에 대해 배우면 일상을 조금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거 같아.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 무엇이든 잘 아는 척척박사는 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생활의 구성품에는 조금 더 애정을 지니고 싶어. 값비싼 무엇이 아니더라도 매일 나와 마주할, 나와 퍽 잘 어울리는 아이들을 감사히 사용하고 싶달까?
꽃을 배울 때도 그랬지만 도자기 역시 내 자신이 거울처럼 반영되는 기분이라 부끄러워. 결국 몸이 알고 기억해야 하는 일이라, 서두르거나 빨리 얻을 수 있는 영역은 아니겠더라.
도자기를 빚으며 매번 마주하는 건 나야. 새로움 앞에 잔뜩 움츠리던 모습도, 몰래 덤벙거리곤 하는 모습도.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가면을 쓰고 일하던 것과 다르게 매번 낯선 곳에 놓인 나는 새로워. 이런 나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이렇게 하면 오늘 하루도 지나가. A의 하루는 어땠을까? 우리 만나면 지난 몇 주의 일도 내게 찬찬히 전해줄래? 손 잡고 눈 마주칠 어느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