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삶과 맞닿은 작은 예술

by 눈부신

A에게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 어째서 오늘은 편지 출력을 안 해주셨을까? 훈련이 많이 바빴으려나?


난 오늘 도자기 첫 수업을 다녀왔어. 손성형 수업으로 핀칭 기법을 배웠는데, 한마디로 도자기를 "빚어" 올리는 방법을 말해. 3시간 동안 작은 컵 4개를 만들면서 얼마나 집중했는지 몰라. 두께는 일정하고 모양은 너무 벌어지지 않게.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끌어올려 뭉친 곳 없이 일정하게. 섣부르지 않게, 그래서 균열이 생기지 않게.


흙을 만지며 최근 읽었던 책의 어느 구절이 생각났어.

춤을 보는 관객이 저마다 춤추어본 경험을 가진 세계. 예술과 이토록 가까운 삶.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핸드메이드 자기를 며 비싼 가격 무심히 넘겨보던 내가, 이 심플한 표면 아래 애정과 손길을 더듬어보는 사람이 됐어. 도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저마다 도자기를 빚어본 경험을 고 있다면 식사 시간에 감사할 일이 하나쯤 늘어날지도 몰라.


나는 이런 것들이 삶과 맞닿아있는 작은 예술이라고 생각해. 이들에 대해 배우면 일상을 조금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거 같아.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 무엇이든 잘 아는 척척박사는 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생활의 구성품에는 조금 더 애정을 지니고 싶어. 값비싼 무엇이 아니더라도 매일 나와 마주할, 나와 퍽 잘 어울리는 아이들을 감사히 사용하고 싶달까?


을 배울 때도 그랬지만 도자기 역시 내 자신이 거울처럼 반영되는 기분이라 부끄러워. 결국 몸이 알고 기억해야 하는 일이라, 서두르거나 빨리 얻을 수 있는 영역은 아니겠더라.


도자기를 빚으며 매번 마주하는 건 나야. 새로움 앞에 잔뜩 움츠리던 모습도, 몰래 덤벙거리곤 하는 모습도.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가면을 쓰고 일하던 것과 다르게 매번 낯선 곳에 놓인 나는 새로워. 이런 나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이렇게 하면 오늘 하루도 지나가. A의 하루는 어땠을까? 우리 만나면 지난 몇 주의 일도 내게 찬찬히 전해줄래? 잡고 눈 마주칠 어느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