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이제 내일모레면 우리 함께 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기뻐. A는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긴 행군 끝, 맛있는 저녁밥을 먹고 혹시 근육통에 힘들어하진 않았으려나?
나는 봄꽃을 배웅하러 느지막이 양재천에 나왔어. 비가 오고 나면 눈 시리게 푸른 신록이 온 세상에 가득할테니 그전에 적절한 인사를 건네고 싶었거든.
해가 지는 저녁의 양재천은 정말 너무 좋더라. 한갓진 공기에 모두가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어. 시원한 봄바람에 꽃비가 내리는 장면이나 사람들 머리 위에 놓인 작은 꽃잎. 오목히 모은 손, 품에 안겨오던 여린 잎이 아름다웠어.
다리에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는데 햇살이 비춘 얼굴들은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이 말갛고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어. 조금은 어색하게 카메라 앞에 선 표정도, 한껏 멋을 내고 사랑하는 이와 맞잡은 두손도, 그냥 모든 게 다 이뻐 보이더라.
얼굴 위로 떠오르는 행복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꼭 11월의 포르투가 생각났어. 거긴 해만 지면 모두가 강으로 나와 분홍빛 공기에 풍덩 빠지곤 하거든. 그래서 그런지, 눈부시게 아름답던 일몰보다 오히려 자주 떠오르는 장면들은 그때 그 사람들의 표정이야. 강을 마주한 분홍빛 얼굴들. 간지러운 기타 소리, 미소어린 눈가,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같은 것.
한동안 그렇게 모두의 머리 위로 쏟아진 노랗고 붉은 빛을 바라보며, 지나간 나의 여행과 봄꽃들을 생각했어. 이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A가 없어 조금은 헛헛하네.
다음 주 비소식 후엔 아마 꽃들이 많이 떨어지겠지? 봄의 나무는 비를 머금으면 무서운 속도로 신록을 내보이곤 하니까. 온전히 만개한 꽃들을 같이 보지 못해 아쉽지만, 연초록 잎 사이 우리가 함께 걷는 것도 꽤 멋진 일일 거야.
아무튼 이제 정말 두 밤만 자면 A와 마음껏 얘기할 수 있어 좋다. 내일도 편지할게. 꿈에서 함께 꽃놀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