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불운한 일을 맞닥트리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것이 실제 자신에게 당도한 것이라면 사건은 세를 부풀리곤 한다. 그 극적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런 일도 충분히 있을법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흙탕물이 일듯 한껏 어그러진 마음, 이미 잠식된 두려움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마음과 하루를 써버린 것도 미련하고, 무언가 해결된 것이 없는 상황 속에서 당분간 소요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또한 속상하다. 물론 화난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지역 특성상 혹은 진료 특성상, 치료비가 여타 한의원보다 높게 잡혀 있다는 사실은 종종 내게도 부담으로 다가왔으니.
30분간의 통화에서 뇌리에 가장 강하게, 가장 아프게 꽂힌 말이 "너 같은 년이 무슨 의사야?" 하는 말이라면,숫자들로 점철된 무슨 년 무슨 년을 제치고 저 말이 그리 슬프고 속상하게 다가왔다면나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진료에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진심을 누군가 알아주지 못한대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그 귀한 마음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나는 내가 마주한 나이 어린 학생을 최선과 진심으로 진료했다. 그러니 술에 절어 있는, 내게 아무런 영향력을 갖지 않는 사람의 말에 자꾸만 힘을 부여하는 일은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