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 이유는 없다

by 도유영

싫어하는 것에는 대게 이유가 있다. 이래서 싫다, 저래서 싫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묻는다면 보통 잘 모르겠어라는 말이 나온다. 그저 좋아서 시작된 마음이었지만 왜인지 공허한 느낌이 든다.


싫어하는 감정에는 대개 이유가 있다. 불쾌했던 상황, 반복된 실망, 어긋난 기대. 우리는 무엇이 불편했는지를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때로는 명확하지 않아도, 그 감정이 생긴 배경엔 최소한의 맥락이 있다.

반면, 좋아하는 마음은 조금 다르다. 첫눈에 끌린 얼굴, 반복해서 듣게 되는 음악, 자꾸만 눈길이 가는 어떤 장면. 그런 마음은 이유를 묻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그 감정은 설명하기보단 느끼는 것이고, 논리보다 본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좋아하는 감정에도 이유를 붙이려 한다. 이 사람이 좋은 건 성격이 좋기 때문이고, 이 장소가 편한 건 분위기가 내 취향에 맞기 때문이라며, 그 감정을 증명하고 해석하려 애쓴다. 어쩌면 그건 좋아하는 마음이 더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노력일지도 모른다.


DSCF1844.jpeg 예전에 '그냥' 좋아했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어야 진짜처럼 느껴진다.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왜 좋아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어쩐지 내가 그 감정을 잘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그 질문 뒤에는 불안이 있다. 이유 없이 피어오른 감정은 쉽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오늘의 호감이 내일의 무관심으로 바뀌면, 그건 처음부터 가짜였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 우리는 그 불안에 맞서기 위해 감정에 이유를 덧씌운다. '이래서 좋은 거야'라고 반복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모든 감정이 설명될 필요는 없다. 좋아한다는 마음은, 어쩌면 이유가 없기에 더 순수할 수 있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일수록 진짜일 수 있다. ‘그냥 좋다’는 말은 부족한 설명이 아니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상태다.

그 마음이 내 안에서 분명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유 없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깊은 진심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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