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왜 그렇게 간절했는지 잘 몰랐다. 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상처받음을 알았지만 가슴 아픈 이유는 알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나의 빈속을 채우려 사랑받고 싶어 했다.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하려 했던 날들이었다.
이젠 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 스스로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해 나를 지나 타인에게 닿는 감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마음은 쉽게 일방적이 되거나 외로움에 닿는다. 자기 사랑이 무엇보다 우위를 차지하면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사랑은 보답이 된다.
사랑은 종종 도착지로 여겨진다. 서로의 마음이 닿고 관계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사랑이라 믿는다. 하지만 사랑은 반드시 완결되어야만 의미 있는 감정일까?
어쩌면 사랑은 형태가 아닌 '흐름' 그 자체일 수 있다. 다만, 그 마음이 흐르지 않고 고이게 되면 곧 나를 오염시킨다. 사랑이 '형태'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그것을 더 명확하게 느끼려 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이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형태는 세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째, 관계의 틀로서의 형태다. 사귀는 것, 결혼하는 것, 이름 붙여진 관계 속에서만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태도.
둘째, 소유 가능성으로서의 형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사람'이라 부르며, 관계를 통해 상대를 붙잡아두려는 마음.
셋째, 일정한 구조나 패턴으로 확인 가능한 상태. 얼마나 자주 연락하는지, 어떤 표현이 오가는지를 통해 사랑을 증명받으려는 욕망.
사랑을 점검하려는 욕망은 불안에서 비롯된다. 동시에 존재의 증거를 찾으려는 시도다. 연락 빈도, 애정 표현, 감정의 속도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려 한다. 그것은 사랑이 살아 있다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증명하려는 행위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살핀다. 사랑은 내 삶을 가꾸는 방식이 되어야 하지 누군가에게 보상받기 위한 감정이어선 안 된다는 걸 말이다.
사랑은 나를 채우고 타인을 곁들이는 일이다. 그렇게 모든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