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라는 무례에 대하여

by 도유영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건 서로의 세계에 난 작은 길을 공유하는 일입니다. 처음 그 길을 걸을 땐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습니다. 상대의 취향을 묻고, 기분을 살피고, 말 한마디를 내뱉기 전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 다듬곤 하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길이 익숙해지면, 우리는 어느새 신발을 벗어던진 채 무례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편해서 그래’,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라는 말은 때로 상대의 마음을 함부로 헤집는 면죄부가 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타인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을 날카로운 표정을 짓고, 거친 말을 쏟아냅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은 관계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그 관계를 귀하게 대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익숙함에 속아 상대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친밀함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까운 사이의 예의’입니다.


예의는 딱딱한 격식이 아닙니다. 상대가 나의 소유가 아님을 인정하는 겸손함이며, 오늘 그가 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기적 같은 행운임을 잊지 않는 마음입니다. 문을 열어줄 때의 작은 배려, 대화 중 핸드폰을 내려놓는 집중력, 실수를 했을 때 "가까운 사이니까 이해해"라고 퉁치지 않는 정중한 사과. 이런 사소한 예의들이 모여 관계의 품격을 만듭니다.


가까워질수록 예의를 지키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편안함이 무례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우리의 친밀함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오늘도 저는 가장 가까운 이에게 가장 정중한 진심을 건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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