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독특함과 깊이를 사랑하자

by 도유영

가끔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은 특별하지 않을까 기대하다가도 어느 날은 해변가의 모래알처럼 어느 곳 하나 눈에 띄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바다 깊이로.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그 차이를 아직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어떤 말로 이 마음을 옮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도자기가 떠올랐습니다. 같은 흙을 쓰고 같은 온도와 같은 바람 속에서 굽더라도 도자기는 하나도 똑같이 나오지 않습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안쪽에 새겨진 무늬는 처음부터 각자의 결을 품고 있습니다. 그 결은 시간이 지나며 더 또렷해질 뿐 다른 도자기의 무늬로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비슷한 사건을 겪고 같은 장소를 지나며 살아가도 영혼이 지니고 온 결은 쉽게 흐려지지 않습니다.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결은 조용히 제 방향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경험들은 그 결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무늬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정일 뿐입니다.


오랫동안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 안에 어떤 결이 있는지 보이지 않아 남들과 닮아가려 했습니다. 남들의 방식으로 특별해지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됐습니다. 애써 만들어낸 특별함은 생각보다 쉽게 흐려진다는 것을. 반면 태어날 때부터 지닌 결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남들은 잘 보지 못해도 자꾸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되돌아가게 되는 마음의 방향도 있습니다. 별일 아닌데 오래 남는 감정의 흔적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내가 가진 결의 형태였다는 걸 뒤늦게야 이해했습니다.


결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무늬를 흉내 내는 데에는 끝이 없지만 자신의 무늬를 바라보는 일에는 방향이 있습니다. 그 방향을 알게 되면 조급함은 힘을 잃습니다. 비교에서 생기는 열패감도 조금씩 사라집니다. 영혼의 결은 본래의 자리를 알고 있고 우리가 할 일은 그 자리를 알아보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독특함과 깊이를 사랑하는 일은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고. 이미 내 안에 새겨진 결을 인식하는 일이라고. 그 결을 알아보는 순간부터 삶은 조금씩 나다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떤 순간에 내 결이 드러났는가.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당신이 이미 지니고 있는 깊이의 자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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