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날씨가 있다

오늘, 당신의 마음 날씨는 어떤가요?

by 도유영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마음속 공기가 평소보다 눅눅했다. 몸은 멀쩡했지만, 마음은 어딘가 축축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전날 덮어둔 감정이 밤새 습기를 머금은 듯했고 그 잔여감이 오늘의 첫 기운으로 스며들었다. 마음에도 날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이런 순간들이 마음속 일기예보 같은 것이라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신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말수가 줄고 한숨이 깊어지고 작은 말에도 예민해지는 변화가 나타나면 피곤한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 날씨는 늘 정확하다. 조용히 기압이 내려가고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나는 그걸 보지 못한 채 하루를 빈손으로 나가곤 했다. 신호는 이미 와 있었는데.


며칠 전 출근길에서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마음이 이미 흐려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표정은 평소보다 굳어 있었고 눈 주변은 더 무거워 보였다. 전날의 피로와 미뤄둔 감정이 구름처럼 쌓여 있었는데도 나는 아무 준비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마음의 비는 갑자기 쏟아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예보를 보내고 있었다. 단지 내가 그 변화를 미처 보지 못했을 뿐이다.


날씨가 흐린 날 우산 없이 나가면 비가 올까 봐 괜스레 걱정하게 된다. 어깨가 조금 올라가고 호흡이 얕아지며 긴장이 스며든다. 그래서 마음도 금방 지친다. 아마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흐림을 인정하지 않고 억지로 밝은 척하면 결국 젖고 만다. 중요한 건 감정을 바꾸려 하기보다 그날의 마음 날씨에 맞는 태도를 고르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요즘 나는 아침마다 마음의 기압을 살핀다. 흐리면 가벼운 겉옷을 걸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비가 오리라 예상되면 서둘러 반응하지 않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른다. 맑음이면 햇빛이 잘 드는 옷을 고르듯 더 넓게 움직이려 한다. 작은 준비 하나가 하루의 결을 결정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날은 코트 같은 단단함이 필요하고 어떤 날은 셔츠 한 장의 가벼움이 어울린다. 마음이 무거워지면 쉬는 편이 옳고 바람이 불면 억지로 버티기보다 잠시 몸을 낮추는 게 현명하다. 우리는 날씨를 바꿀 수 없지만 그 날씨에 적응하는 법은 배울 수 있다. 마음도 그렇게 다뤄져야 한다.


살다 보면 마음의 바람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는 순간이 있다. 그 변화를 알아차리면 감정이 흔들려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장마철을 예상하면 비가 매일 퍼부어도 며칠은 이렇겠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기면 감정의 무게도 조금은 줄어든다.


오늘의 마음은 어떤 날씨일까. 흐리면 밝을 필요는 없다. 비가 온다면 젖지 않을 준비만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오늘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에도 날씨가 있고 그날의 날씨에 맞는 옷을 고르는 일은 결국 나를 지키는 가장 작은 다정함이다.



*사진출처_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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