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보다는 완료주의

완벽은 순간의 착각, 완료는 과정의 증거

by 도유영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무언가를 시작했는데, 끝내지 못한 채 서랍 속에 넣어둔 경험. 나는 그런 그림들이 수십 장쯤 된다. 70% 완성된 스케치, 절반만 채색한 작품, 거의 다 그린 일러스트. 모두 '조금만 더 다듬으면 될 것 같아서' 미뤄둔 것들이다.


작년 겨울, 나는 3개월간 그림 하나를 붙잡고 있었다. 채색을 끝낼 때마다 '이 부분은 좀 더 세밀하게', '저 명암은 다시 조정해 볼까' 하며 다시 열었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업로드 버튼은 누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 그림은 결국 폴더 어딘가에 묻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새로운 기획을 시작하려 해도 손이 가지 않았다. '어차피 또 완성 못 할 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완벽을 향한 집착이 나를 아예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느 날, 나는 그 그림을 다시 열어봤다.


3개월 전 고민했던 부분들이 지금 보니 별것 아니었다. 오히려 '이 정도면 괜찮은데?' 싶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았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한 건 완벽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끝냈을 때 마주할 평가였다는 것을.


0164f6d0340883cb7f7ee7ffb13cb292e73e475c85.jpg 어디로 흐르는지 모를 바다도 매 순간 반짝인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완벽을 기다리지 않기로. 80%만 완성되어도 일단 끝내기로. 그렇게 그 그림을 더 이상 손대지 않고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반응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중요한 건 반응이 아니었다. 내가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그 후로 나는 바뀌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끝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부족한 채로 발행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음 작업에 반영했다. 완벽을 향해 혼자 고민하던 시간보다, 불완전한 것을 세상에 내놓고 배우는 시간이 훨씬 더 나를 성장시켰다.


이제 나는 안다. 완벽은 완료를 가장한 도피라는 것을. '조금만 더'라는 말 뒤에는 사실 두려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과정이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질 뿐이다.

만약 당신도 끝내지 못한 일들을 안고 있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첫째, 마감을 정하자. '완벽해지면 끝내자'가 아니라 '이날까지 끝내자'로 바꾸는 것이다. 마감은 완벽주의를 끊어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둘째, 80% 법칙을 적용하자. 100%를 채우려다 지치는 것보다, 80%에서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편이 낫다. 나머지 20%는 다음 작업에서 채우면 된다.


셋째, 불완전함을 인정하자. "부족하지만 일단 끝냈다"라고 말하는 게 "완벽하게 준비 중이다"라며 미루는 것보다 훨씬 정직하고 용기 있는 태도다.


완벽을 기다리느라 흘려보낸 시간보다, 불완전하게라도 끝내본 경험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완벽은 환상이지만, 완료는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성장하는 건 환상 속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다.

오늘도 불완전한 채로 한 걸음 내딛자. 완벽보다 중요한 건, 끝내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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