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가 우쿠렐레다.
고백 타이밍, 손절 각 등
관계를 정의하는 단어 뒤에 붙은 낱말들은 마치 리듬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
<리듬닥터>에서 상대의 심장 박동에 주의를 기울이며
원격 제세동 장치를 누르는 플레이어처럼,
일상에서도 우리는 타인의 리듬에 맞춰 반응하기도 하고,
엇박으로 그들의 신경을 긁기도 한다.
축복이자 저주인, ‘상대의 리듬을 잘 읽는 능력’을 타고난 나는
그들이 듣기에 환상의 하모니를 연주할 수도 있지만,
때론 X돼봐! 하고 엇박만 눌러대기도 한다.
후자의 선택을 하려면 ‘원하는 리듬 따윈 안 타준다’는 강인한 마인드와
흔히 말하는 군자의 대나무같은 절개와 지조
두꺼운 얼굴 철판이 필요하다.
이런 재능을 타고나서 그런가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다.
최근엔 150bpm 하이퍼팝 수준으로 쏟아내는 백구 씨와,
60bpm 발라드급의 은냥이 씨.
즉흥적으로 박자에 맞추는 나 어쩌면 재즈에 재능이 있을지도...? 유추해봄
나는 그들의 박자에 맞춰 제세동기를 작동시키다가
가끔 고장나기도 한다. 삐 ---삐-----------------
고장의 원인은 대략 다음과 같다:
• 과도한 반복 재생 (연애상담은 항상 똑같다 겁나 도르마무)
• 독주 파트가 너무 길 때 (밴드에서 기타 솔로만 계속 나오는 느낌)
• 가사가… 너무 암울할 때
• 단순 체력 방전 (단 거 먹으면 해결됨)
항상 나는 ‘맞춰주는 쪽’이다. 그게 편하기도 하고.
밴드로 치면 베이스.
현악 사중주로 치면 첼로.
리듬을 받쳐주지만, 드러나지 않는 존재.
그래서 그런가, 열심히 연주해도 티가 안 난다는 서러움이 있다. ㅠㅂㅠ
<리듬닥터>를 하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
각기 다른 박자로 치료하고,
다시 본래의 심장 리듬을 되찾아주는 과정을 겪다 보니
이 게임이 내 삶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내 스팀 라이브러리에서 역전재판 다음으로 플레이타임이 긴 게임이다.(쏯)
아직 내 리듬은 몇 bpm인지 모른다.
누군가에겐 빠르게, 누군가에겐 느리게 느껴졌겠지.
하지만 언젠가 내가 이끄는 박자에 맞춰
함께 연주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그땐 내가 드럼을 쳐볼래.
누군가의 시작을 알려주는, 첫 박처럼.
우타다 히카루는 아야타카 녹차 광고에서 말했다.
“지분노 리즈무데 이코 – 自分のリズムで行こう”
자기만의 리듬으로 가자고.
오늘은, 내 리듬으로.